"정쟁 그만, 민생 살펴달라"…정치혐오·고물가에 설 '밥상 민심'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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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그만, 민생 살펴달라"…정치혐오·고물가에 설 '밥상 민심' 싸늘
  • 염재인·조현정 기자
  • 승인 2024.02.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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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뒷전 '극한 정치'에 여야 모두 '낙제점'
총선 앞 '정권 심판론' 우세 속 제3정당 부상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귀경객들이 기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귀경객들이 기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염재인·조현정 기자  |  4·10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정치권이 민심을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설 '밥상 민심'은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일보>가 만난 시민들은 고물가 등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시민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정권 안정론'보다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거대 양당에 대한 정치 불신에 제3정당 선택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만난 시민들은 '현 정치에 대한 전반적 평가'에 대해 "투명함이 없는 정부"(김 모씨(47세·여)), "알맹이가 빠진 극단의 정치"(안 모씨(40세·여)), "패싸움 정치"(장 모씨(42세·여)), "막장 드라마"(윤 모씨(36세·여)) 등을 이유로 정치권에 낙제점을 줬다. 

법조계 종사자 이 모씨(43세·남)는 "여야를 막론하고 밥그릇 싸움에만 치우쳐 민생은 뒷전에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정치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이 모씨(28세·남)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논란을 지적하며 "국격이 어디 간 것인가. 국정 농단과 다를 게 없다"며 혀를 찼다. 

특히 시민들은 정치권의 극심한 '정쟁'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모씨는 "정치는 할 줄 모르고 권력욕만 가진 이들로 가득 차니 할줄 아는 것은 정쟁뿐인 것 같다"고 한탄했다. 장 모씨(42세·여)는 "서로 의견은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헐뜯기만 한다"며 "국민을 위한 좋은 의견은 칭찬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지금의 정치는 정치가 아닌 '패싸움'"이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 박 모씨(39세·남)는 "서로 도와가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모습은 전혀 안 보인다"며 "어떻게든 꼬투리 잡아서 물고 늘어지려고만 하고 있고, 개선책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변호사 최 모씨(37세·여)도 "거대 양당 모두 꼬투리 잡기에 혈안이 됐다고 보여진다"며 "지엽적인 일들을 (상대 당의) 리스크로 활용하기 위한 불필요한 정쟁이 너무 많아졌다"고 전했다. 

정치권 정쟁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부동산을 운영 중인 김 모씨(47세·여)는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대중이 판단할 수 있도록 알려줄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력을 좇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이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치권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 모씨(39세·남)는 "민심을 얻기 위해서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공약으로 내놓고, 나중에 당선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며 "매번 도돌이표 같은 '보여주기식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교육공무원 신 모씨(43세·남)도 "표를 얻기 위해 뭐든 못하겠나. 과거 정치권의 행적들이나 이뤘던 업적들을 잘 보고 투표해야겠다"고 개탄했다. 주부 임 모씨(69세·여) 역시 "정책과 공약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허울만 좋은 공약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조 모씨(67세·남)는 특히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히 본인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특검을 받았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직장인 조 모씨(52세·남)은 "윤 대통령의 무분별한 거부권 행사는 언젠가 터질 날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모씨(47세·여)도 "잦은 거부권 행사로 국민들의 불신만 가중되고 있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윤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깊어진 상황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 안정론보다 정권 심판론에 한 표를 보태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학교수 안 모씨(40세·여)는 '오늘이 선거 당일이라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제3당 중 어느 당 의원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권 심판을 위해 민주당을 뽑겠다"고 답했다. 이 모씨(42세·남)는 "사실 여야 똑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국민들 신경 쓰고 눈치 보는 민주당이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다만 거대 양당의 정쟁에 지친 시민들은 제3정당에 대한 선택지도 놓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장 모씨(42세·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제3당에서 실효성 있는 공약을 내놓는다면 지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는 윤 모씨(36세·여)는 "특정 당을 지지하기보다는 공약이나 의원 개개인의 능력치를 보고 투표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김 모씨(47세·여)도 "각 당의 정책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 

시민들은 정치권이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물가와 민생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국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보여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윤 모씨(36세·여)는 "물가 상승 등 경제 위기 극복이 중요하다"며 "민생에 필요한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신 모씨(43세·남)는 "권력에만 집중하지 말고 경제, 국가 운영 등에 집중해 달라"며 "국민들이 정치권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믿음을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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