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조국 껴안기' 부담···거리두기 이어질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선수'로 뛰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등판으로 총선 구도가 전·현 정권 대결로 비화해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부산 민주공원에서 4·19 위령탑 묵념 후 기자들과 만나 "무능한 검찰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4월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저의 힘은 미약하지만 국민들과 함께 큰 돌을 들겠다. 그 길에 함께해주시면 반드시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출마 방식에 대해선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비례 혹은 지역구냐 하는 구체적 출마 방식은 제 개인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당을 만들고 나서 함께 하는 동지나 벗들과 의논해 (출마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총선 등판은 예견된 시나리오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광주에서 연 북콘서트에서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언급하며 이미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8일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자 창당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후 조 전 장관은 지난 1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고,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예방하면서 착실한 '총선 행보'를 보여 왔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은 이미 지난 1일 발기인대회를 연 상태다. 조 전 장관의 신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행보가 탐탁지 않은 모습이다. 전 정권 핵심 인사인 조 전 장관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 총선 구도가 전·현 정권 대결로 비화할 수 있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다시 대두될 수 있다"며 "중도층 공략 측면에서 민주당에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문제 등으로 실형을 받으며 중도층에까지 '내로남불' 이미지가 퍼져 있다. 조 전 장관이 현재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겐 민주당과 '같은 편'으로 인식되기 쉽다. 여러모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조국 리스크'가 다시 번지는 것을 반길 리 없다. 이에 민주당은 조 전 장관과의 선을 긋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 출마의 적절성을 묻자 "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2심까지 현재 금고형 이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의 통합 비례연합정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의 출마는 벌써부터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민주당의 사실상 지원으로 조국은 4월에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며 "절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조국 같은 삶이 국회의원 될 수 있는 이 마법 같은 제도는 누가 부렸나. 이재명 민주당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 확실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