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입법 등 과도한 개입 부작용 우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한 ELS 사태 피해자들의 분통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입김도 세지고 있다. 이미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미투자자를 겨냥한 소액주주 맞춤형 공약이 잇따르면서 개미들의 표심이 총선의 핵심 승부처로 부상하면서다.
13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ELS 사태가 새로운 총선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문제는 홍콩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H지수가 폭락하면서 이와 연계한 파생상품 가입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H지수 ELS는 지난달에만 4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3년 만에 원금은 반토막 났다. 올해 상반기엔 10조2000억원의 ELS가 만기를 맞는다.
특히 고령층의 가입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더해졌다. 지난달 29일에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ELS 사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됐다. 의원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ELS의 제한이 없는 상품 구조, 불완전판매 등을 지적했다. 형식상으론 질의 형태였지만 은행권과 금융당국을 향해 대규모 손실에 대한 문책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파생상품의 피해 사고가 계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지적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금감원에서 2006년부터 '예금자 보호 상품 아니다'고 발표했는데 이런 식으로 똑같이 대책을 세운다면 또 사건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은 "징벌 배상의 계기를 마련하고 기관과 구조의 변화를 통해 직을 걸고서라도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긴다"고 강변했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위험한 금융상품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시중은행들이 줄지어 ELS 판매를 중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엔 "ELS 자율배상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까지 이어졌다.
다만 ELS 사태에 대해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이 자칫 '포퓰리즘 입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총선 공약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ELS 사태가 지배구조법에 이어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등 금융 업계에 또다른 규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배상 가이드라인 등 규제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의 역할"이라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개미투자자들만 의식한 지나친 입법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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