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만기 기준 상향 등 오히려 규제 강화 검토
업계 혼란 가중… "사업장별 전략 재편 고민"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업계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책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PF 보증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하다가도, 금융권 등을 통해서는 대출문턱을 높이고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채비를 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금융위원회·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 유관단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고금리로 PF 대출을 받은 건설 사업장이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HUG PF 보증을 신설하고, 책임 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 보증 확대(3조→6조원) 및 비주택 PF 보증 확대(3조→4조원)를 약속했다.
또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보증계약 체결을 지원해 공사 지연·중단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8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 부동산PF 연착륙과 주택·건설업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13일 지방회계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자체장이 인정할 경우 선금 한도를 기존 80%에서 100%로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반면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부실 브릿지론 및 PF 사업장 정리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간담회에서 "PF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체 동의가 없어도 유의미한 소수가 원하면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도록 대주단 협약을 개정하겠다"며 "지금은 부동산 PF 부실을 정상화해야 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국 3800여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이 오는 3월 중 개정될 전망이다. 현재 만기 연장은 채권액 기준 3분의 2(66.7%) 이상 동의로 결정되지만 이를 4분의 3(75%)으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아울러 브릿지론은 3회 이상 만기 연장하면 조달금리 상승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미착공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중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의 상반된 움직임 속에서 당사자인 건설업계는 숨 죽인 채 추이를 살피고 있다. 최근 각 건설사가 연간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매출을 대폭 끌어올리고도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부채비율이 불어난 결과를 받아 든 가운데 향후 전국 사업장별 전략을 재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까지만 해도 작년보다 더욱 강화된 전폭적인 금융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최근 분위기는 또 그렇지도 않다"면서 "큰 흐름에선 저리 대출과 SOC 등 공공공사 발주 확대 등이 발표됐지만, 회사가 가장 민감한 부분인 본 PF 전환과 PF 만기 연장 기준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