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휴직·공교육 강화 등 중장기 대책 확대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출산율 장려를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대한민국 출산율 대비 1.5~2배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선제적인 대응에 매진하고 있다.
28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의 지난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이스라엘(2.95명)을 제외하면 모두 1명 대에 그쳤다. 다만 0점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전체 38개국 대한민국(0.87명)이 유일하다.
주요 회원국별로는 △덴마크(1.72명) △벨기에(1.59명) △스웨덴(1.67명) △이탈리아(1.29명) 네덜란드(1.64명) △핀란드(1.40명) △영국(1.57명) △프랑스(1.79명) △독일(1.53명) △스페인(1.29명) △미국(1.66명) △캐나다(1.47명) △호주(1.60명) △뉴질랜드(1.76명) △일본(1.31명) 등이다.
프랑스는 출산율 반등을 위해 육아휴직과 육아급여를 동시에 인상할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기존 10주인 출산휴가를 6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 400유로(한화 약 60만원)에서 현실적인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30년까지 탁아소 20만 곳을 추가 설치하고, 1000만 유로의 '유아기 혁신기금' 조성과 보육비 관련 세액공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독일은 직장인 여성을 위한 전일제 학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하루 7시간, 오후 4시까지 학생이 학교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의무형 전일제(44.9%)와 선택에 따라 오후 과정만 운영하는 개방형 전일제(55.1%)를 동시 운영 중이다.
독일 내 전일제 학교는 2002년 16.3%에 불과했지만, 2020년 전체의 71.5%까지 늘었다. 이 기간 동안 합계출산율은 1.2명대에서 1.5명대로 상승했다. 독일 당국은 모든 초등학교를 전일제로 운영하기 위해 2022년부터 3년간 총 35억 유로(약 4조7000억원)를 집행한 데 이어 2026년부터 투자액 늘려, 2030년부터 매년 13억 유로(약 1조90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반 2.14명까지 상승한 합계출산율이 경제 위기를 겪은 1999년 1.5명까지 추락하자 아동수당·포괄 가족복지·무상 공교육·사교육비 없는 방과 후 과정 등을 잇달아 도입했다.
특히 남성 육아 휴가 장려를 위한 '아빠 할당제'를 도입했고 자녀가 8세(초등학교 1학년)까지 자녀 한 명당 부모 총 480일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고용주와 자영업자는 부모보험에 대한 사회보장기여금(육휴 등)의 2.6%를 의무 부담하고 자녀 양육을 위해 보모 등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면 인건비의 50%를 정부가 감면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는 한편 저출산세 도입을 통한 육아보조금 확대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은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현재 30%대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2025년까지 50%, 2030년에는 8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 기업에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 목표치를 설정 후 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의 '차세대육성지원대책추진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작년 4월), 300명 초과 기업(올해 4월)에 적용 중인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출산 장려 정책 강화와 육아 지원금 확대를 위한 '저출산세' 도입도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6년부터 국민 1인당 월 500엔(약 4500원)을 의료보험료에 포함해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과 일부 국민들이 '사실상의 육아 증세'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