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先) 구제 후(後)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적 201인 중 찬성 174인, 반대 16인, 기권 11인으로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월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발표한지 약 1년여만이다. 본디 실거주 의무는 갭투자자가 아닌 실거주자만 분양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투기 방지를 위해 규정됐으나, 분양 시장이 냉각되며 지난 2022년 말 의무 조항 폐지가 거론됐다. 이에 야당이 투기 수요 자극을 우려하며 반대해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위에 1년 넘게 계류됐다. 그러나 지난 27일 여야가 세부 의견 합의에 성공하며 이번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한 것이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지난 1월 말 기준 77개 단지, 4만 9766가구다. 이 중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은 11개 단지, 6544가구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대상에 포함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녹색당 등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를 위해 이날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았다. 야당은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가 시급하기 때문에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여당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입법'이라며 이를 반대한다.
지난 2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을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이 담았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현행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는 임차인에 외국인 역시 포함시켰다.
국회법 제86조는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여당 반대가 계속될 경우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수 있는 시점은 다음달 27일 이후다. 그러나 27일은 22대 총선이 열리는 4월 10일의 약 2주 전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국회 임기 내에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