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송영길 5선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붙는 인천 계양을이 4·10 총선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인 만큼 이 대표가 우세한 상황에 원 전 장관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와 여권 잠룡이 맞붙는 '미니 대선급' 선거인 만큼 인천 계양을은 이번 총선에서 여야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일 이 대표를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했다. 일각에서는 험지 출마 및 불출마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결국 기존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택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 대표의 계양을을 포함한 후보자 10차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단수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심사 평가를 받았고, 검증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며 "이 대표의 경우 워낙 (경쟁 후보들과) 점수 차이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계양을에 단수 공천되면서 원 전 장관과 '명룡 대전'이 확정됐다. 원 전 장관은 최근 단수공천된 이 대표와 달리 일찌감치 험지 출마를 선언, 인천 계양을에 단수공천받은 뒤 세몰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공천이 확정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그 어느 지역도, 특정 정당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계양을도 마찬가지"라며 "지난 25년간 민주당 당 대표를 두 명이나 배출했지만, 계양의 발전은 더뎠고 주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혐의자냐, 지역 일꾼이냐. 클린스만이냐, 히딩크냐. 원희룡은 진짜 한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공천장을 받았던 지난달 15일에는 "국회를 방탄용으로 쓰는 돌덩이를 치워 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임하며 이 대표의 관련 의혹을 정조준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원 전 장관의 승리를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원 전 장관과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이틀 후인 26일에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이 후원회장이 원 전 장관의 선거 유세에 동행했다.
다만 계양을은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고는 20여년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던 곳으로 여권이 승리를 거두기 만만치 않은 곳이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제16대 총선부터 제18대 총선까지 3선을 하고, 제20대·21대 총선에서도 당선되면서 5선을 할 정도로 야당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계양을에서 52.20%를 얻어 43.62%에 그친 윤석열 대통령을 제쳤다. 이 대표는 대선 직후 열린 재·보궐선거에서도 55.24% 득표율로 윤형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44.75%)를 10%포인트(p) 이상 따돌렸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원 전 장관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7~19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각 500명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가상대결에서 이 대표가 44%, 원 전 장관이 34% 지지율로 이 대표가 10%p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이 대표를, 31%가 원 전 장관을 택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총선에서 최대 빅매치 지역인 만큼 여야 모두 계양을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이 대표가 원 전 장관에 맞서 자신의 지역구 승리를 바탕으로 원내 1당을 지위를 지켜낸다면 야권의 독보적 대권주자로서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 장관의 경우 '험지'로 분류되는 계양을에서 민주당 현직 대표이자 대선주자였던 이 대표를 꺾는다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