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재건축 최대 현안···류호정 참전은 변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대선 후보를 지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노무현의 오른팔'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더불어민주당)이 도전장을 내밀며 경기 분당갑은 4·10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성남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은 수도권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평가되는데, 이 전 총장이 분당갑 '보수 아성'을 깨고 국회에 재입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2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도 일찌감치 같은 지역구에 공천됐다. 여당 텃밭에서 '대권 잠룡' 안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 민주당도 무게감 있는 후보를 낼 필요성을 느꼈고, 지난달 26일 이 전 총장을 전략공천하면서 거물 정치인 간 대결이 성사됐다.
안 의원은 2013년 재·보선(서울 노원병) 출마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당시 무소속 후보로 6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19~20대 대선 후보로 나서며 인지도를 키웠고, 현재도 국민의힘에서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
이 전 총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장을 '친노 적자'이자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본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이후 강원도지사를 역임하는 등 행정, 정치, 외교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원 당선 이력도 3번이다.
분당갑은 서울 강남 이주민이 많은 북부 지역과 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있는 판교 신도시가 자리한 곳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14대부터 21대까지 총 일곱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정당이 승리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분당갑 지역구의 최대 현안은 '재건축'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구 일대는 1991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 이는 지은 지 30년 넘은 아파트가 다수라는 뜻이다. 분당갑 유권자들도 재건축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관련 공약을 탄탄히 준비하는 후보에게 표심이 기울 수밖에 없다.
이에 두 후보의 공약도 자연스럽게 재건축 중심으로 짜인 모습이다. 안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분당이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병욱(민주당·분당을) 의원과 함께 트로이카를 이뤄 재개발·재건축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치열한 '장외 신경전'도 벌이고 있다. 도전자 입장인 이 전 총장은 지난 3일 "분당·판교주민이 원하는 주거와 교육, 건강, 노후, 혁신 경제와 민생에 대해 논의하자"며 안 의원에게 정책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안 의원은 언론에 "(이 전 총장이) 지역 현안들을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닌가"라며 "뜬금없이 지역 주민들한테 인사도 안 하고 갑자기 토론회부터 하자는 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총장은 다시 "주민께선 누가 지역을 더 잘 파악하고 있는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는지를 검증하실 권리가 있다"고 재차 압박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분당갑 지역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포인트 응답률 8.0%,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안 후보와 이 전 총장은 각각 49.8%, 40.2%의 지지율을 얻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장이 보수세가 강한 분당갑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치밀한 전략과 함께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또 개혁신당 후보로 나서는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의 참전도 두 후보의 승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안과 변수가 혼재된 분당갑에서 안 의원이 지역구를 '수성'할지, 이 전 총장이 '8년 만의 탈환'을 당에 선물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