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지난 6일 밤, 꽤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직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이 총선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발표가 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는 당에서 그에게 내린 '하위 20%' 평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승패를 뒤바꿀만한 페널티가 따랐고, 박 의원은 최종 0.42%p 격차로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평가 하위 20%에 든 의원들에게 큰 페널티를 준다. 하위 10% 의원들은 경선 득표수 30%를, 하위 11~20% 의원들은 20%를 차감한다. 2인 경선 시 상대가 가점이 없다는 전제하에 하위 10% 의원들은 59%를, 하위 20% 의원들은 56% 정도를 득표해야 간신히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박광온 의원 외에도 박용진·송갑석·윤영찬·홍영표 의원 등이 '하위 20%'에 포함됐다.
이들은 왜 '하위 20%' 평가를 받았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성실하지 못한 이들이 하위 평가를 받아야 옳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의원들은 '불성실'이나 '직무유기'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는 게 정치권 시선이다.
대표적으로 박광온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펼친 의원에게 주는 '백봉신사상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고,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3법' 통과와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폭로'에 앞장서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홍영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창기 원내대표를 맡으며 안정적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을 못 해 하위 20%에 들었다"는 논리를 적용하긴 어렵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비명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비호하지 않았거나,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위기를 맞았던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요구했던 인물들이다. 이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했던 의원도 있다. 그랬던 인물 다수가 '하위 20%'에 포함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를 통해 소속 의원 전체 등수를 매긴다. 총 1000점 만점 중 동료 의원 평가인 '다면 평가'는 90점이나 차지한다. 개별 의원이 동료 의원 20명을 고르면 이들에게 고점이 부여되는, 사실상의 인기투표다. 김성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9월 말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가 있었고, 평가는 11월에 있었다"며 "우리 당에서 30명 정도는 가결표를 던졌고 이것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혹 이 대표를 거스른 게 '하위 20%'에 든 이유라면, 그들은 '진짜 민주당의 하위 20%'는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나'로만 평가받아야 하며 '이재명을 얼마나 열심히 지켰느냐'는 평가 지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