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대결보다 많아진 변수···승리 시 '1석' 이상 효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의 총선 지역구 후보자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서로의 텃밭 지역에 형성된 '3자 구도'가 눈에 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1대1 대결로는 한쪽의 승산이 월등히 높지만, 유력 제3 후보의 참전으로 판세 예측이 어려워진 곳들이다. 약세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는 당은 단순 '1석 획득' 이상의 효과를 볼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지역구 공천 작업을 사실상 마쳤다.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곳은 대부분 경선 중으로, 254개 지역구에 대한 거대 양당의 대진표는 조만간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통상 여야 후보 중 한쪽이 압도적으로 당선될만한 곳이지만, 제3 후보의 출마로 승패 예측이 어려워진 지역구가 탄생하고 있다. 소위 '험지'로 인식되는 지역구에서 약세 후보가 파란(波瀾)을 만들 요건이 갖춰진 것이다.
이변이 예상되는 대표적 지역구로는 보수 정당 텃밭인 경남 사천·남해·하동이 있다. 이 지역구는 19대 총선에 신설돼 보수정당 후보가 21대 총선까지 모두 석권한 곳이다. 국민의힘은 이곳에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민주당은 제윤경 전 의원을 공천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원했던 최상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공천 배제(컷오프)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최 전 관장은 앞서 사천시장과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한 이력이 있어 높은 지역 인지도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번 선거와 관련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적도 있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에 상당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서 전 차장이 '이명박 정부 댓글 공작' 사건에 연루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받은 점과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당선된 하영제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총선 출마가 무산된 점에서 보수표 이반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제 전 의원도 하동 출신으로 지역 연고가 있고, 여당은 총체적 '사법리스크'에 얽혀 있다"며 "민주당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말했다.
보수 정당엔 동토(凍土)인 경기 남양주갑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지역구로 거론된다. 17대 총선에서 신설된 남양주갑은 5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보수 정당 후보에겐 단 한번의 당선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지역 정가를 휩쓸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최민희 전 의원과 유낙준 전 해병대 사령관을 이곳에 공천했는데,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으로 적을 옮긴 남양주갑 현역 조응천 의원도 3선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지지율은 낮지만, 현역이자 재선 의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가 분석이다. 제3정당 간판을 내건 후보들은 그동안 남양주갑에서 15% 안팎의 득표로 낙선했지만, 조 의원은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세 사람의 지지세가 백중세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이번엔 정말 민주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제3지대 간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마하는 경기 화성을도 이변이 점쳐지는 지역구다. 21대 총선에서 화성은 모두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고, 특히 화성을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민주당 소속 이원욱 의원을 내리 3번 당선시켰다. 21대 총선에서 화성을은 이 의원에게 30%p차 압승을 선물하며 '진보 강세' 면모를 보여줬다.
개혁신당 적을 옮긴 이 의원은 신설 지역구인 화성정에 출마한다. 이는 곧 이 의원의 지역기반을 이 대표가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화성을은 중도보수·진보에 모두 소구력을 가진 이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도, 이 대표가 민주당 표를 잠식한 사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모두 열려있는 지역구로 평가받는다. 민주당은 이 지역구에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국민의힘에서는 영입인재인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을 공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