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의문사'부터 '핵전쟁 언급'까지···공포정치 부활 조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국가 존립과 관계된 상황에 직면할 시 핵무기를 사용할 뜻을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이 5선 도전을 위한 대선을 앞두고 강경 발언을 통해 존재감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자국 TV 방송 '로시야1',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전쟁에 준비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우리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되거나 할 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전쟁을 위한) 군사기술적 측면에서 우리는 당연히 준비돼 있다"며 "핵무기들은 항상 전투 준비태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은 미국 등 다른 핵보유국의 그것보다 더 현대적이라고 주장했다. '3대 핵전력'은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통칭한다.
이어 "우리의 3대 핵전력은 다른 나라의 3대 핵전력보다 더 현대적"이라면서 "전반적으로 (핵무기) 운반체와 탄두 기준으로 우리는 (미국 등 다른 핵보유국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 것이 더 현대적이다. 이는 모든 전문가들도 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발언 배경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있다는 분석이다. 재집권을 위한 대선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간 잠잠했던 푸틴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론을 결집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할 원동력을 얻기 위한 취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러시아 대선은 오는 15~17일 치러질 예정인데, 복수 후보가 출마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각에선 이번 발언을 포함해 최근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의문사한 사건, 러시아 보안 당국이 시민들에 반역죄 카드를 꺼내든 것 등을 엮어 '푸틴식 공포 정치'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반대 세력의 싹을 자르는 '공포 정치'로 유명하다.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을 계기로 한동안 누그러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해 파병되는 미군을 '간섭자'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 영토(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미군이 나타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이는 간섭자이다.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대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나타나더라도 그럴 것이고 미국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을 위한 '서방과 진실한 합의가 가능한가'라는 물음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진실한 합의를 위해선) 보장이 필요하고, 그것은 문서화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