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여당 대표로서 정권의 명운이 달린 선거인 만큼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철 지난 '색깔론'까지 들고 나온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현재 여권의 잠재적 미래 주자로서 주목받는 한 비대위원장이 종북과 빨갱이 같은 사라져야 할 과거의 망령에 기대는 것은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한 비대위원장의 색깔론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진보당이 합류한 것을 두고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기 살기 위해 종북 통진당(통합진보당) 세력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말했고, "지금 진행 중인, 이재명의 민주당을 숙주로 한 종북 통진당 세력의 주류 진출은 이 나라와 동료시민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리하면 지금의 진보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므로 이들도 종북 세력이고 빨갱이인데, 이들을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회로 입성시키려고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진보당은 1석이지만 분명한 원내 의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가 수용한 정당이다. 게다가 1석의 의석도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됐다. 그렇다면 한 비대위원장은 전주을 지역구 유권자들이 종북 세력을 국회로 입성시켰다는 말을 한 셈이다.
게다가 직전까지 법무부 장관을 했던 한 비대위원장은 장관 재임 시절에 왜 이 종북 정당을 가만히 놔두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그토록 부르짖고 있는 '동료시민'에게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세력을 방관했거나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한국 정치가 이제 정말 색깔론을 버릴 때가 됐지 않았나. 정말 북한에 동조해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유권자들이 이들의 국회 입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이성과 판단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면, 종북세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 비대위원장은 자신을 '색깔론'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사실론'이라고 반박했지만, 종북 세력을 국회로 입성시키려고 하는 민주당이 '통진당화' 됐다고 말하는 건 분명한 색깔론이다. '종북 등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이재명 민주당'이라고 했지만, 정말 종북이라는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건 정작 한 비대위원장 본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