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빈자리 ‘싼커’로 채웠다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신세계면세점이 지난해 면세점 국내 매출 순위에서 처음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올해 면세업계 2위 자리 쟁탈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관세청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에서 3조16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면세점 매출 4조2939억원을 기록한 롯데면세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매출 3조31억원을 기록해 3위로 업계 순위가 내려갔다. 업계 2위 신라면세점이 국내 매출 기준으로 신세계면세점에 추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 1조8166억원을 올리며 4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 경쟁은 치열했다. 지난해 6월을 끝으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은 그 여파로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에 사상 첫 분기 매출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시내 면세점 운영에 집중하며 롯데가 업계 1위를 사수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신라면세점 매출을 뛰어넘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가 교체된 지난해 7월 이후 신라가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전체 매출 순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핵심 점포인 본점 매출에서도 신세계가 앞섰다. 지난해 각 사 본점 매출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이 3조159억원으로 1위에 올랐으며 신세계면세점 본점이 2조4595억원,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2조385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호텔신라와 HDC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매출(5352억원)을 합칠 경우 신라가 2위다. 호텔신라는 HDC신라면세점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신라면세점은 홍콩·마카오·싱가포르에 각각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해외 매장이 없는 신세계면세점에 전체 매출에서는 여전히 앞선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8~9월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이후 격차를 더 좁히지는 못했다.
지난해 면세업계는 엔데믹 이후에도 매출 회복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유입과 소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매출 회복이 더뎠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업계 전체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과 비교해 44.7%가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매출이 줄어들고 기대했던 유커 방문도 뜸한 상황에서 개별 관광객(싼커) 공략에 방점을 두는 전략을 펼쳤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캐세이 항공에 이어 이달 중국남방항공과 제휴 개시하며 개별 관광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주요 연휴 중 하나인 노동절(5월 1일~5일)을 앞두고 글로벌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선제적인 면세 쇼핑 혜택을 제공해 이를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 사는 지난해 7월 인천공항 면세점 DF1~DF4 사업권을 각각 두 개씩 나눠 가진 바 있다.
두 업체 모두 매장 규모와 판매 품목이 동일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신라면세점은 500억원, 신세계면세점은 482억원의 매출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업계는 롯데와 신라 양강구도였지만, 신세계면세점이 분진하며 국내 면세업계 시장 순위권이 재편되는 분위기”라며 “올해 면세업계가 매출 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개별 관광객 공략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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