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성범죄 변호 특기 변호사 공천" 반발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결국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가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조수진 변호사는 "길에서 배지를 주웠다"며 기쁨을 드러냈고, 여성단체들은 조 변호사의 성범죄자 변호 이력 등을 꼬집으며 비판에 나섰다.
20일 조수진 변호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신의 경선 승리에 대해 "유시민 작가님께서 '조변은 길에서 배지 줍는다' 이런 반농(반농담)도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수진이 친명(친이재명)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언론이 있다"며 "(민주당에는)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계셨고 지금은 이재명 대표 체제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노무현재단 이사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팟캐스트 및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공동 진행자를 맡았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보좌관 등을 지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의 권유로 강북을 경선에 참여한 것이 알려지며 '비명' 박용진 의원을 꺾기 위해 이 대표가 자객 공천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폄하 발언 및 거짓 사과 등 논란으로 정봉주 후보의 강북을 공천을 철회했다.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차점자 승계' 방식이 아닌 전략경선을 실시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선출이라는 경선 성격에도 지역구 당원 투표는 30%만 반영했다. 대신 전국 권리당원 투표는 70%를 반영하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현역 의원평가 결과 하위 10%'에 포함된 박용진 의원에 대해 이전 경선과 동일한 '30% 감산'을, 조수진 변호사의 경우 여성·신인 가점 '25% 가산'을 적용했다. 사실상 '하나마나 한 경선'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여성단체들의 비판도 제기됐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전날 "(조 변호사는) 폭력 피의자들에게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서울 강북을 지역에 성폭력·가정폭력 문제가 있는 정봉주 후보를 공천했다 취소한 민주당은 '가해자 연대' 공천 자행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조 변호사는 열살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 협박을 한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낸 걸 자랑한 바 있다"며 "지도부도 후보도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아무 해명이 없다. '입틀막' 정권이 가면 '귀틀막'이 오는 건가"라고 민주당의 이번 공천을 비판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전날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지난 한달 동안 가끔 나 몰래 '트루먼쇼'를 찍고 있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오늘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면서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