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북한이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해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는데, 이후 북한의 대남기구 정리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린 조국전선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기구의 정식 해체를 결정했다고 24일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가 근 80년에 걸쳐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만을 추구해 온 대한민국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가 아닌 가장 적대적인 국가, 불변의 주적, 철저한 타국으로 낙인하고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한 데 대해 강조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북남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된 현실"이라며 "전민족적인 통일전선 조직인 조국전선 중앙위원회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데 대해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부연했다.
조국전선은 1946년 7월 평양에서 결성된 첫 통일전선조직체인 북조선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위원회를 뿌리로 1949년 정식 창설된 대남기구다. 조선노동당·조선사회민주당 등 정당들과 조선직업총동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조직을 비롯한 북한의 20여 개 정당·사회 단체로 구성됐으며, 주로 대남 관련 성명을 발표해 왔다.
조국전선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2011년 중앙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측의 최고인민회의와 국회 사이의 '의원 접촉' 및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한국을 찾았던 맹경일이 서기국장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기구 폐쇄는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못 박으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며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6·15공동선언실천 북측 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 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복수 북측 단체들이 폐지됐으며, 이에 대응하는 남측 단체들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