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호 앞번호 선점 위해 '셀프 제명' 무리수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기호 앞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에 이어, 거액의 선거보조금을 싹쓸이하면서 비판받고 있다. 양당은 위성정당을 포함해 전체 보조금의 84%가량을 차지한 상황이다. 거대 양당이 선거 전부터 각종 '꼼수'를 통해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보조금을 각각 28억443만원, 28억2709만원을 수령했다. 각각 전체 보조금의 5.63%, 5.59%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177억2362만원, 188억8128만원을 받았다. 전체 보조금 중 비중은 국민의힘(101석)이 35.31%, 민주당이 37.61%였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민주연합까지 포함하면 거대 양당은 선거보조금 총 508억원 가운데 84.3%인 428억5200만원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정치자금법 제27조에 따르면 지급 시점을 기준으로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한 정당(민주당·국민의힘)에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한다.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민주연합·국민의미래·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에는 총액의 5%를 배분한다.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 중 최근 선거의 득표수 비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정당(진보당·기후민생당)에 대해서는 총액의 2%를 배분한다.
반대로 거대 양당에 밀린 정당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의 보조금을 나눠 갖게 됐다. 이에 따라 녹색정의당(6석)은 30억4846만원(6.07%), 새로운미래(5석)는 26억2316만원(5.23%), 개혁신당(4석)은 9063만원(0.18%), 자유통일당(1석)·조국혁신당·진보당은 각각 8882만원(0.18%), 2265만원(0.05%), 10억8330만원(2.16%)을 지급받았다. 의석수가 없는 기후민생당은 10억394만원(2%)을 수령했다.
앞서 거대 양당은 선거보조금을 비롯해 총선 투표용지 상단 선점 등을 위해 현역 의원들을 잇따라 '셀프 제명'한 뒤 위성정당으로 보낸 바 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에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자동으로 상실하게 된다.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려면 현 소속 정당의 제명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인 김예지 의원과 김근태·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의원 등 총 8명에 대한 제명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후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일 전날인 지난 21일 지역구 현역 5명을 추가로 국민의미래에 보내면서 13석을 확보했다.
민주당도 지난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민정 의원 등 6명의 제명안을 의결했다. 지난 20일에는 '코인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입당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강민정·권인숙·김의겸·김경만·양이원영·이동주·용혜인 등 비례대표 의원 7명, 윤영덕·이형석·이용빈·송재호·김남국·홍정민·김민철 등 지역구 의원 7명으로 총 14석을 확보했다.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소수정당 원내진입 활성화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 여기에 이들이 위성정당을 중심으로 소수정당에 배분될 선거보조금까지 가져간 만큼 준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비판은 이번 선거 이후에도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