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4·10 총선에 나설 각 정당 후보자가 모두 확정된 가운데, 비례대표 선거에는 총 38개 정당에서 253명의 후보자가 나선다. 대중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정당들도 100명이 넘는 후보를 냈는데, 유권자의 눈에 들어 1표라도 더 얻고자 다양한 '꼼수'가 난무하는 모습이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38곳으로, 35개 정당이 후보를 냈던 21대 총선 때보다 늘었다. 이에 22대 총선에서 사용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도 51.7cm로 지난번(48.1cm)보다 더 길어졌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기호 3번부터 40번까지 나열된다. 원내 정당은 의석수 등 선관위 기준에 따라 기호가 매겨지는데, 기호 1·2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된다. 양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가 기호 3·4번을 차지했고 녹색정의당(5번), 새로운미래(6번), 개혁신당(7번), 자유통일당(8번), 조국혁신당(9번) 등 원내정당이 뒤를 이었다.
이후 10번부터 40번까지 가나다(정당명)순으로 배정됐다. 이들 정당은 원내정당과 달리 인지도가 크게 떨어질뿐더러, 50cm가 넘는 투표용지 길이를 감안할 때 유권자 눈에 띠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당명 앞에 특정 글자를 포함해 상위 순번을 차지하려는 '꼼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표용지 기호 10~13번에는 △가가국민참여신당(10번)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11번) △가나반공정당코리아(12번) △가락특권폐지당(13번)이 자리했다. 이들은 원외정당에게 부여되는 비례 순번에서 가장 높은 순번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로 시작하는 당명을 선관위에 등록했다. 기존 명칭에 무리하게 '가'로 시작하는 단어를 붙이다 보니 더욱 생소한 당명이 됐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최대한 투표용지 위쪽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가장 아래 자리를 노린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은 기호 40번을 가져갔다. 지난해 '세종신당'이란 당명으로 선관위에 등록된 이곳은 여러 차례 간판을 바꿔 달다 지난달 29일 창당대회를 통해 국민정책당으로 당명을 확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선관위 후보등록 첫날인 지난 20일 돌연 당명을 '히시태그국민정책당(#국민정책당)'으로 변경했다.
'#'는 통상 '해시태그'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련해 히시태그당 측은 "훈민정음의 천지인 정신을 계승하고자 국민 중심의 정당이 되겠다는 의미를 더해 '해'의 'ㅐ'를 천지인 중 사람을 본떠 만들어진 'ㅣ'로 바꿔 '히시태그'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시태그의 경우 맨 앞 글자 모음 순번이 두 번째여서 마지막 기호를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해 히시태그로 당명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숙한 당명도 보인다. △공화당(14번) △대중민주당(23번) △새누리당(28번) △통일한국당(35번) △한나라당(37번) 등은 거대 양당의 과거 당명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일부 차용했다. 당명이 바뀐 줄 잘 모르는 정치 무관여층의 표를 기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당명은 당의 정체성인데 상위 순번 차지하겠다고 수시로 바꿔대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며 "준연동형 유지로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