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4월 1일 인쇄···단일화 데드라인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우세인 총선 여론조사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선 '보수 위기론'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를 위해 '범보수 단일화' 가능성까지 열어놨지만, 협상 상대인 개혁신당의 호응은 전무한 상황이다. 본 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 간 단일화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단일화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경기 용인정에 출마한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 언급을 거론하며 "양 후보가 있는 지역구만의 단일화든, 개혁신당의 다른 후보들까지 확대하든,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서울권역 공동선대위원장도 지난 28일 △서울 종로(금태섭) △영등포을(허은아) △경기 화성을(이준석) △화성정(이원욱) △용인갑(양향자) △남양주갑(조응천) 등 수도권 6개 지역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건 개혁신당과 단일화를 고려할 만큼 국민의힘이 다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최근까지도 접전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열세를 보이자 나온 발언이다. 이 분위기라면 민주당에 22대 국회 과반 의석을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범야권에 탄핵과 개헌 저지선인 200석까지 헌납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감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의 유세 발언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0일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총선을 통해 200석을 확보하면 자유민주주의 근간의 국가 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개헌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저 사람들이 200석 얘기하는 이유는 단지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단일화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9일 SBS 라디오에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희가 정권 심판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정당"이라며 "결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인 천하람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단일화는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천 위원장은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선명한 개혁의 길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부역하는 길을 가겠다면 개혁신당을 떠나라"며 "개혁신당을 떠나지 않고 단일화 협상을 할 경우, (해당 후보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먼저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했던 양 후보도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전투표일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지만 추가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두 정당이 단일화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지역구 투표용지 인쇄일(4월 1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고 나서 단일 후보가 확정되면 두 후보 이름 모두 투표용지에 기재된 상태로 남고, 사퇴 사실은 표시되지 않는다. 선관위 측이 선거일 투표소 공고문을 통해 후보 사퇴 사실을 안내하지만, 혼란을 겪는 유권자가 있을 수 있다. 사실상 이날이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혁신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단칼에 거절한 순간 이미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한 표가, 이슈 하나가 아쉬운 시점에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