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효과 미미…현장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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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효과 미미…현장 혼란만 가중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4.04.0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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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으로 지원금 높였지만 일평균 1만건 웃돌아…증권가 "효과 없을 것" 전망
통신사·개인 상황 따라 혜택 '천차만별'…따져야 할 요건 많아져 소비자 혼란만 가중
알뜰폰·제4이통 육성 기조와 충돌 우려 여전…"가입자 이탈로 경쟁력 약화될 수 있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한 단말기 대리점 입구에 전환지원금 지급 관련 안내가 부착된 가운데 한 소비자가 대리점주와 단말기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통신 3사가 전환지원금을 지급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한 모습이다. 정부 압박에 지원금을 대폭 높였지만 번호이동 시장이 활기를 띠지 않으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 도입 첫날인 지난달 16~28일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21만9340건으로, 일평균 1만6872건으로 집계됐다. 최대 13만원이었던 전환지원금이 33만원까지 오른 지난 23일 이후에도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약 1만6798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1만7706건)와 비교해도 약 4.7% 줄었다.

알뜰폰을 제외한 통신 3사 간 번호이동도 큰 변화가 없었다. 통신 3사 간 번호이동 건수는 지난 9일 9559건에서 16일 9609건, 23일에는 1만830건으로 소폭 올랐다. 주간 번호이동 건수는 전환지원금 도입 전인 9일~15일 4만7284건, 전환지원금 도입 첫 주인 16일~22일 5만356건, 전환지원금이 30만원대로 상향된 23일~28일 약 4만5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전환지원금을 선택해야 할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대 전환지원금인 33만원을 받기 위해선 10만원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갤럭시 S24 시리즈, 아이폰 15 시리즈 등 단말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전환지원금 도입이 통신비 경감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비 상승 압력이 상존할 뿐 아니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높은 5G 보급률과 길어진 단말기 교체 주기, 마케팅 과다 경쟁의 효과 불확실성 인지, 저 ARPU 고객들의 알뜰폰 이동 현상 등을 감안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은 중저가 요금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통신사별로 데이터 제공량이 다르고, 개인별 상황에 따라 할인 혜택도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 중 자신에게 맞는 혜택을 비교하면 됐는데, 3만원대 5G 요금제에 전환지원금까지 나오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폰 대리점주는 “전환지원금이나 3만원대 5G 요금제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선택약정할인을 택하거나 발길을 돌린다”며 “매장을 찾기 전 혜택을 직접 알아보고 온 고객들도 막상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혜택이 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기간에 고시 제정을 추진하면서 알뜰폰·제4이동통신사 육성 기조와 맞물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실제 전환지원금·3만원대 5G 요금제 도입 이후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하는 건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알뜰폰 업계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신 3사가 공격적으로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에 대한 선호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건수는 4만1017건으로 지난달 대비 11% 줄었다. KT에서 이동한 건수는 3만48건, LG유플러스에서 이동한 건수는 2만5706건으로 각각 10.4%, 12.3% 감소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지원금 경쟁에 절대적 우위를 가진 통신 3사로의 이용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제4이통사 및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입자 이탈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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