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두고 여야 간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여권은 대통령실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담화였다고 평가한 반면 야권은 '마이동풍 정권'임을 확인시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일 국민의힘의 비례정당 국민의미래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담화를 통해) 사막에 비가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해결이 다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고수하겠다는 이야기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정책은 열려 있다'는 표현이다. 그게 아주 중요한 얘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협상 가능성' 의지 표명에 방점을 둔 것이다.
전날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타당성을 강조하고 의료계의 '불통'을 비판하는 대국민담화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담화에 대해 의료계는 '증원 철회 없이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담화는 기존 대통령실 입장과 같은 내용이라 별도 대응하지 않겠다'며 근무시간 단축 및 응급환자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한 원래의 대응 방침을 지속하기로 했다. 총 20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달 30일부터 이어가고 있는 외래진료와 수술일정 등의 근무시간 단축 태업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야당들은 담화가 오히려 정부의 '불통'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는 여당과 상반되는 해석이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어제 윤 대통령 담화를 보니까 역시, 반드시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인 것을, 국민이 무섭다는 걸 꼭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담화가 진행된 직후인 전날 민주당은 신현영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역시나 마이동풍 정권임을 확인시켜주는 담화였다"며 "정부에 유리한 근거와 데이터를 반복해서 제기하며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 해결이 아닌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외 야당들도 가세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의 담화는) 적극적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의 전형"이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즉시 의료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이 혼란과 고통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개탄한다"며 "반성 없이 또 의대 증원 문제로 단기적인 이익이나 얻어볼까 고민하는 대통령, 아무리 봐도 통치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수지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윤 대통령의) 담화문은 전파낭비와 국민들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해법도 없는 장광설을 들어야 했던 국민들의 고충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