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회의원 총선거는 흡사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시장판과 같다. 각 정당은 준비한 상품(후보)으로 소비자(유권자)에 다가가 '우리 것'을 사달라고 아우성친다. 소비자는 상품을 천천히 살핀다. 그런데 그들이 내놓은 상품이 보면 볼수록 '저질'임이 드러난다면, '상품을 꼭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는 어떤 기분일까.
저질 상품을 걸러내야 하는 정치권의 검증 작업은 완전히 먹통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과거 셀 수 없을 정도로 망언을 뱉은 장예찬 전 최고위원을 부산 수영구에,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한 도태우 변호사를 대구 중·남구에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목발 경품' 발언의 주인공인 정봉주 전 의원을 서울 강북을에, 갭투기 의혹을 받는 이영선 변호사를 세종갑에 내세웠다. 진작 걸러냈어야 하는 후보를 유권자 앞에 낸 것이다.
여야가 늦게나마 이들의 공천을 회수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그런데 본 투표가 임박한 지금까지도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하자'를 가진 불량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경기 안산갑에 내세운 양문석 후보는 과거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편법 대출' 논란에 직면해 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는 '이화여대 김활란 초대 총장이 미군에게 학생들을 성 상납시켰다' 같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 전력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일제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린 조수연 후보의 대전 서구갑 공천을 유지하고 있다.
알고 내세웠던, 모르고 내세웠던 불량품은 불량품이다. 상품 판매자는 하자가 드러난 순간 해당 상품을 적극 회수할 의무가 있다. 특히 그 상품이 '국회의원 후보자'라면 더 그래야 한다. 여야가 '부실 검증'을 통해 내세운 후보들이 혹여나 국회에 입성한다면 4년 동안은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 반품이라도 되는 공산품과는 사안이 다르다.
그런데 여야의 태도는 어떤가. 민주당은 양문석 후보에 대한 논란에는 '개인이 대응할 문제'라며 사실상 조치를 거부했고, 김준혁 후보에 대해서도 '사과 권고'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조 후보자 관련 지적에 현재는 대꾸도 안 하는 지경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행태는 상품 출고일(선거일)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자세와 진배없다. 불량품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든 말든, 이로 인해 국민의 자존심에 생채기 나든 말든 상관없어 보인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저질 상품을 강매당하게 생긴 유권자의 마음은 너무나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