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회사에서 조금만 더 공정했더라면 저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 중에 한 근로자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결연한 시선의 근로자는 상담 끝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고용노동부 진정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과 관련해 회사 및 근로자의 문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총 5823건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에는 총 7814건으로 30%가량 증가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권리구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이 분쟁으로 번지기 쉽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미온적인 대응을 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 근로자들은 노동청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게 되고, 이는 회사의 시간 및 비용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기업은 현명하게 초동 대처해 불필요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사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이 발생하는 경우 법적 기준에 부합하게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고충 상담
신고 접수 등을 통해 사건이 발생했음을 인지한 경우 지정된 상담자가 신고근로자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담 취지는 향후 사건 처리 방향을 명확히 하는 데 있으며, 상담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 △신고근로자의 요구 사항 △피해의 정도 등을 수집할 수 있다. 상담 내용은 비밀로 유지해 하고, 조사 기록 형태로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 조사
정식 조사 단계에 돌입하게 되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객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조사의 공정성에 대해 분쟁이 잦은 편이므로, 조사 과정 전반에 있어 객관성 및 공정성 담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사 기간 동안 신고근로자에 대해 재택근무, 유급휴가 등 인사조치를 단행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한 후에 실시해 관련 법령이 금지하는 신고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사 대상자로는 신고인 및 피신고인은 물론 사건의 양 당사자가 지정한 동료 직원, 사건을 목격한 직원 등 조사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참고인도 포함될 수 있다.
대면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조사자는 가급적 2인 이상으로 구성하고, 조사 대상자 동의를 구한 후 녹음이나 속기로 내용을 보관해야 한다. 사정상 여의치 않은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서면 문답서를 작성해 조사 대상자에게 징구할 수도 있다.
조사 내용은 △당사자 관계 △사건의 경위 및 구체적 경과 △직접증거 및 정황증거 △피해 상황 등 사실관계 확인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괴롭힘 혹은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피해근로자 의견을 청취한 후 가해근로자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조사 단계에서 신고인으로부터 피신고인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조사자를 포함해 조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지득한 사실을 누설할 수 없는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를 주지시킬 수 있도록 비밀유지서약서를 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위원회는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 및 증거를 바탕으로 행위별로 간단명료하게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 심의 및 조치
심의위원회 혹은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해당 여부에 대해 판단한다. 법적 판단은 쉽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이 단계에서라도 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자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지체 없이 가해근로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인사처분을 실시해야 한다. 행위 발생 확인 후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최근에는 피해근로자들이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을 이유로 들며 회사로 화살을 돌려 분쟁을 제기하고 권리 구제를 받고자 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와 같은 이슈는 조직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딩 및 평판에 대한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의적절한 대응을 통해 사건 대응 절차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