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선 접전지 악영향 우려···與는 총공세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 국면을 휩쓴 '정권 심판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른 모습이다. 편법 및 막말 의혹으로 당에 악재가 된 민주당 후보들이 총선 완주 의지를 보이면서다. 이들의 사퇴 거부가 당 지지율을 떨어트려 접전지 승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정치권에서도 "벼랑 끝에 몰린 여당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지적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선 국면 막판 등장한 '악재 3인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악재 3인방은 숱한 '막말 논란'을 일으킨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 '편법 대출' 의혹의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 아들에게 고액의 부동산을 증여해 '아빠 찬스' 논란에 직면한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다.
이들을 향한 사퇴 요구는 정치권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꿈적하지 않는 모습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재 분위기를 고려해 완주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즉결 심판' 권한이 있는 민주당도 사실상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문석 후보에 대한 논란에는 '개인이 대응할 문제'라며 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김준혁 후보에 대해서는 '사과 권고'에 그쳤다. 공영운·이지은 후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소극적 대응'에는 총선 국면에서 정부 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각인돼 개별 후보의 문제가 불거져도 큰 수준의 '표 이반'은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악재 후보'에 대한 당의 조치와 관련해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4일 SBS 라디오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할 권리도 있지 않으냐"며 "저희가 후보를 빼버리면 국민의힘이 무투표 당선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혼란스러운 선거 판세를 만드는 것도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완주가 50곳에 이르는 접전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우리 스스로 뒤집힐 수 있는 접전지가 50곳 정도 된다고 자인하지 않았느냐"며 "아무리 정권 심판론이 강해도 이 문제가 계속 입에 오르면 몇 군데는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한두 명만 내치기에는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다 내치기엔 의석 손실이 커 관망하는 것 같다"며 "여당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민주당의 소극적 대응으로) 숨통을 터준 느낌은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악재 후보들을 향한 총공세로 총선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경기 광주·이천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이 김준혁·양문석 후보에 대한 여러분 이야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밀어붙이는데, 하물며 200석을 가졌을 경우엔 여러분이 허락했다고 둘러대며 정말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율 선대위 부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숨기려고 했던 것도 다 드러났던 것이 지난 국민의힘 100일간의 과정이었다면, 민심이 김준혁·양문석 등 이분들 (잘못도) 놓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