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등장, 야권 지지층 대결집
'이종섭·황상무' 사태 정권심판 기폭제로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정권 심판 여론을 몇 차례 출렁이게 만든 결정적 순간들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비명횡사' 논란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총선 패배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지지율 급상승으로 정권 심판론 불씨가 되살아났다. 동시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소위 '런종섭' 사건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을 적시에 수습하지 못하면서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이 급속히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정권 심판 여론은 총선 막판까지 그 위력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26~28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무선전화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 지원론'은 40%, '정부 심판론'이 49%였다(응답률 1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민주 '비명횡사' 공천파동 '위기'
당시는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논란과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대출 의혹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던 때였지만, 정권 심판론의 높은 파고는 넘지 못했다.
다만 앞서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벌어진 지난 2월말~3월 초까지 정권 심판론이 출렁이며 정부 지원론과 격차가 좁혀지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와 다름없는 하위 10~20% 현역 의원 평가 통보, 이에 대한 반발 및 탈당이 거듭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김영주 의원(현 국민의힘 영등포갑 후보)과 이상민 의원(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등이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기고, 이낙연·조응천·이원욱·김종민 등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며 야권의 분열로 이어졌다.
여기에 친문재인계 상징인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컷오프되면서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극에 달했다. 친문계와 호남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지지율도 하락했다.
'조국혁신당' 등장···野 지지층 대결집
민주당이 공천 파동으로 홍역을 앓던 지난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에 들어갔다. 초반 민주당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억하는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우려해 조국혁신당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후 조국혁신당이 '3년은 너무 길다'와 같은 선명한 '정권 심판론'을 내걸면서, 민주당의 공천 갈등에 실망했던 야권 지지층을 다시 총선판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인 4050세대와 수도권, 호남 유권자들이 돌아왔고, '반윤·비명' 성향의 중도층에 충청과 영남의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면서 '전체 파이' 자체가 커지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도 싫고, 이재명 대표도 싫은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을 주목하면서 결과적으로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실제 지난 3월 22일 한국갤럽 비례대표 정당 투표 조사에서 선호도는 국민의미래 30%, 더불어민주연합 23%, 조국혁신당 22%였다. 중도층으로 국한하면 조국혁신당 24%, 더불어민주연합 22%, 국민의미래 21%였다(3월 19~21일, 무선전화 방식,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응답률 1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與 '이종섭·황상무' 사태 수습 실기
조국혁신당이 사그라들던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면 '이종섭‧황상무' 사태는 정권 심판론의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과 기자들에게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논란 등 정권발 악재에 대한 해결 방식을 두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충돌했다.
여기에 '2차 윤‧한(윤석열과 한동훈)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이 요동쳤다. 결국 황 전 실장과 이 전 대사가 사퇴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뒤늦게 수습했지만 이미 한참을 실기한 뒤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심이 요동치는 몇 번의 국면에서 결국 위기대응 능력이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며 "여당은 이러한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