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설훈·이원욱 등 제3지대행···거대 양당에 밀려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당 지도부 또는 공천에 대한 반발로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인사들이 4·10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상민·김영주 후보는 여당 소속으로 기존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민주당 후보에 밀리고 있다. 이낙연·설훈·이원욱 등 제3지대를 택한 후보들 역시 부진한 모습이다. 선거 분위기가 거대 양당의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유권자들이 인물보다는 정당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정작 본인이 출마한 지역구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일찌감치 민주당을 떠난 이상민 후보(대전 유성을)는 자신의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에 뒤처지고 있다. 이 후보는 17대 총선부터 대전 유성을에서만 내리 5선을 한 중진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끝에 탈당 후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민주당이 영입인재 '우주과학 전문가' 황정아 후보를 내세우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 지역구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카이스트·충남대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다. 또 30여개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 소속 노동조합 등이 있어 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낸 김 후보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 후보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로 분류되자 이에 반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간 세 차례 승리한 서울 영등포갑에 다시 도전했지만, 영등포구청장 출신 채현일 민주당 후보에 뒤처진 상황이다. 4선(비례 포함)에 이어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과 21대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중진이지만, 야당 강세 지역인 만큼 여당 소속의 한계를 쉽사리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를 택한 인사들 역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먼저 전 민주당 대표이자 국무총리 출신인 이낙연 후보(광주 광산을)도 친정인 호남에서 쓴맛을 보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 체제'에 반발해 탈당, 제3정당인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이 후보는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 민형배 민주당 후보에 크게 밀리고 있다. 호남 텃밭에 거물급 인사인 이 후보가 출마하면서 한때 최대 관심 지역으로 부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민 후보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향후 이 후보가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낙연 후보에 이어 민주당을 떠나 제3지대로 옮긴 설훈(부천시을)·이원욱(경기 화성정)·조응천(경기 남양주갑) 후보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후보는 모두 해당 지역구에서 거대 양당이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며 존재감을 잃었다.
이들은 대체로 오랜 기간 다져온 기존 지역구나 야당 우세 지역에 도전장을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당적을 옮기더라도 그간 성과나 인지도 등 경쟁력을 토대로 선거전에 나선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할수록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서 유권자들이 정당을 기준으로 선택, 이른바 '지역구 터줏대감'이라는 강점이 힘을 잃은 모습이다. 아울러 여야가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으로 결집한 상황에서 상대 진영으로 당적을 옮긴 것에 대한 반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