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등 민주당 '선구제 후구상' 방식 개정 유력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규제완화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확보해 과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임대차2법 폐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실거주 의무 폐지(유예 중)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바탕으로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주택법)와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소득세법‧종부세법‧지방세법) 등의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야당 반대에 막혀 3년 유예하는 방안으로 선회했고, 나머지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관련된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1‧10 부동산대책에서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발표했다.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 폐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급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전 폐지도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초환을 완전히 없앨지 추가 완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총선 후보들도 재초환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윤 대통령이 제21회 민생토론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부동산공시법과 지방세법 등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안이라 야당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전 정부에서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으로 국민의 재산세 부담이 6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당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추진했던 계약갱신청구권(2년 연장)과 전월세상한제(5% 상한선) 등의 임대차2법도 현행 유지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를 유지하는 대신 임차인 등록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의 임차인등록제 도입을 추진해 임대차법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과는 별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전세사기 ‘선(先) 구제, 후(後) 구상’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도 개정이 유력하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석을 차지하면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거주 의무 폐지와 재초환 폐지 등은 사실상 국회를 통과하긴 어렵고 임대차법 등은 현행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여당안 개정안 통과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