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가 아니므로 집회가 허용돼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통령실이 2022년 5월 용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인근 집회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경찰이 소송전을 벌인 가운데, 집회 가능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14일 최종 확정했다.
경찰은 대통령의 주거 공간인 관저 100ｍ 이내 옥외집회를 불허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입각해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대해 불복한 촛불행동은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예정일 하루 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후 열린 본안 소송에선 대통령 집무실을 주거 공간인 관저로 해석할 수 있는 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법원은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경찰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집회 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라며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 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심절차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촛불행동 측 소송대리인 이제일 변호사(사람법률사무소)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주거 기능도 있다는 진술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에서 배척됐다”면서 “최근까지도 경찰은 관련 집회에 금지 통고를 내렸는데 대법원이 1, 2심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금지 통고에 제동을 걸어준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