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부 "천지개벽 수준의 방향성 전환 필요"
이재명 "당연히 만나야" 尹 수용 여부 '관심'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8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비상에 걸렸다. 말 그대로 '식물 대통령'이 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동안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 방식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성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이미 여러 차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영수 회담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총선 패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비롯해 국정 전반을 혁신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내용 등 국정 쇄신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튿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총선 참패로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는 레임덕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책임총리로서 국정을 안정감 있게 받쳐줄 총리 후보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야당과 협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후임 총리 후보군에 여야 정치인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우면서도 민주당 출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해 주호영·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주호영·권영세 의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언급된다.
심지어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부겸 전 총리까지 후임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김 전 총리 측이 "터무니없는 소리다. 불쾌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그만큼 협치를 위해 '거국 내각'이 필요하다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자는 지난 12일 SBS라디오에서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실과 국정운영의 방향성"이라며 "천지개벽할 수준의 방향성 전환이 없으면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안철수 의원은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했다. 안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국민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정 기조를 전면 혁신하고 대전환해야 한다"고 "(3실장과 내각) 모두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 지금 자진사퇴도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대야 관계 개선도 국정 운영 쇄신의 중요한 축이다. 윤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참패 후 밝힌 입장에서 야당과 소통 의사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12일 4·10 총선 당선자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며 "당연히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협조,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기존 국정 운영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민희 민주당 경기 남양주갑 당선인은 지난 12일 MBC라디오에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안 할 것 같다"며 "왜냐하면 지금 영수회담 받는 건 굴욕이다. 스타일상 못 받는다"고 일축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도 "윤 대통령은 (선거에) 지고 나서 이 대표가 우위에 있는 정치 현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실 분이 아니다"며 "절대 안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박정훈 서울 송파갑 국민의힘 당선자는 "대화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대화를 거부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대통령도 자기 지지층이 있기에 일방적인 항복을 할 수 없다"며 "제가 아는 대통령은 안 만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분들은 사법 리스크,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피의자들이기에 대통령으로선 피의자들과 대화해서 뭔가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