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정부가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대출한 금액이 35조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당은 정부의 긴축 재정 방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법을 어겨 국가결산보고서를 총선 이후 발표한 것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민생을 위해 야당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6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과 경제가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라며 "야당과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오만과 무능으로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잡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원-달러 환율은 1384.0원으로 마감돼 1380원 선이 무너졌다. 이런 환율은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김진태 강원도지사발 위기(레고랜드 사태) 때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이를 극복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미 56조4천억 원의 세수 부족으로 정부의 재정 정책 여력이 사라졌고, 상황을 오판한 '묻지마' 긴축 정책으로 국민 생활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실제 지난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32조5000억 원이다. 통계를 전산화한 2011년 이후 동기간 가장 많은 규모로, 코로나19로 정부 지출이 확대된 2020년 1분기 잔액인 14조913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원이며, 3월 한 달간 빌린 돈만도 35조2000억 원이다. 14년동안 월 기준 최대 대출액이다. 1분기 정부 일시대출금에 따른 이자액은 총 638억 원이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는 지난 1월 2024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고 물가도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표들은 정부의 예측들이 모두 빗나갔음을 보여준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유류세 인하 연장이라는 탁상 정책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유가와 환율의 급등은 고물가로 이어져 취약 계층과 서민, 소상공인 등이 가장 큰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대로 국민의 삶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산 금리 항목 합리화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추진 △월세 세액공제 확대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지원 등의 정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도 정부의 '선거개입'을 위한 재정보고서 늦장 발표를 비판하며 재정 기조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기재부가 전년도 국가재정 집행결산서를 선거 다음 날인 둘째 주 목요일, 지난 4월 11일에 발표했다. 매년 4월 10일 이전에 발표하도록 했던 국가재정법을 사실상 어긴 것"이라면서 "총선을 앞두고 참혹한 경제 성적표로 자칫 정권 심판론 분위기가 고조될까 두려워 의도적으로 연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저 부자 감세와 긴축만 강조하고 있다. 총선 기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민생 토론회 등을 통해 감세 정책을 연일 쏟아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연일 많은 약속을 했다. 앞뒤가 안 맞다"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확실한 세수 기반 확보를 바탕으로 해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늦추면 정말 큰 위기가 온다. 이제 긴축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