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4·10 총선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에 더해 법사위원장직도 자당 몫으로 가져가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직은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힘겨루기로 인해 차기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22대 국회도 '늑장 개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22대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에 들어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조라면 법사위원장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서 특히 후반기 국회가 작동이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법사위원회 문제"라며 "상임위원장의 권한을 갖고 법적·입법 절차를 지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안 되는 수준으로 만들어 놨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총선에서 '정권 심판' 민심이 자당에 과반이 넘는 압승을 안겨준 만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 22대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또다시 '입법 독주'에 나서려 한다며 법사위원장직을 절대 내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사위를 다시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은 여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발상이며, 입법 폭주를 위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간 국회가 개원하면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견제론 차원에서 2당이 각각 맡는 것이 의례적이었다. 다만 이 관행은 민주당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했던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윤호중·박광온 의원이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각각 맡으면서 깨졌다. 그러나 21대 후반기 국민의힘(김도읍 의원)에 법사위원장직을 넘겨줬다. 

민주당에서는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21대 국회에서 특별검사(특검) 등 야당 주도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법사위원장직을 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절대 과반인 175석을 확보한 기세를 몰아 22대 국회에서 각종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안 심사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장 자리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여당은 야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며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등 처리를 예고한 만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국민의힘은 그간 관례를 내세우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현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직 관련 민주당 주장에 대해 "그러면 국회의장을 내놔야 한다. 의장 자리와 법사위원장 자리는 같이 가져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에 22대 국회도 지각 개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달 30일 22대 전반기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원 구성 협상은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첫 임시회 본회의는 국회 임기 개시 후 7일 안에 열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여야는 21대 후반기 국회 때 53일 만에 원 구성에 합의했다.

염재인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