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무리하게 원톱 체제 계속 고집···책임 너무 크다"
김재섭 "역량 다 쓰려해···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 국민의힘 참패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을 놓고 내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다시는 우리 당에 얼씬거리지 말라"며 연일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낸 반면,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싶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층 내에서 차기 당권 주자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한동훈 책임론'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은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연일 한 전 비대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신만고 끝에 탄핵의 강을 건너 살아난 이 당을 깜도 안 되는 황교안이 들어와 대표 놀이 하다가 말아 먹었고, 더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 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 먹었다"고 직격했다.
다음 날에는 또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돼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사람 데리고 왔는데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 "새털 같이 가벼운 세론 따라 셀럽이 된 대한민국 특권층 1% 밑에서 찬양하며 사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라며 한 전 비대위원장을 '사냥개'와 '셀럽', '특권층 1%'로 비판했다.
지난 15일에는 또 글을 올려 "지난해 12월 17일 비대위원장은 선거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야지, 한동훈은 안 된다고 이미 말했다"며 "더 이상 그런 쇼는 안 통한다. 다시는 우리 당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맹폭했다. 다만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도 한 전 비대위원장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전날 SBS라디오에 "큰 실책은 당내에서 여러 가지 비판이 있음에도 자기와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억제하면서 무리하게 원톱 체제를 계속 고집한 것"이라며 "결국 한동훈 전 위원장의 과도한 욕심, 이 당의 모든 것을 내가 독점해야 된다고, 경쟁상대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얄팍한 심산에서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 총선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이 너무나 크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총선 참패의 책임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아닌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이날 채널A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을 때 대통령께서 내놓았던 건 정말 소통 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벗어나서 용산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소통 면에서 국민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 못 미치는 것 같다"며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전국 유세를 돌아다니면서 본인(한 전 비대위원장)이 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쓰려고 하는 모습들을 봤을 때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싶다"고 반박했다.
당내 비주류인 김웅 의원은 더 나아가 한 전 비대위원장을 적극 옹호했다. 김 의원은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깜도 안 되면서 아이돌로 착각 등등은 비평이 아니라 무자비한 인신공격"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우리를 짓밟던 사냥개이고, 깜도 안 되는 자였으면 지명할 당시 반대했어야지, 그때는 뭐했나. 이제는 돌변해 전 위원장을 공격하니 참으로 정치판의 비열함을 실감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당권 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돼 '한동훈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44.7%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18.9%는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을 꼽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5.1%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 6.8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