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영남에 유리···수도권·비윤 "당원·민심 50%로"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 참패를 겪은 국민의힘이 이르면 6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하면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관련 룰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투표 비율을 '당원 100%'로 해야 한다는 기존 룰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영남권 당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존 룰에선 친윤·영남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가 유리하다.
반대로 수도권, 비윤 중진 등 룰 개정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국민의힘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반영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 참패로 지도부 공백이 발생한 국민의힘은 전날 22대 국회 당선자 총회를 열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당헌·당규상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 위해선 그 사전 준비를 위한 비대위 구성이 필요하다. 전당대회는 6월 말이나 7월 초 개최가 거론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자 총회를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형 비대위를 할 상황이 아니다"며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실무형 비대위"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가 임박하면서 여당 내부에서는 수도권 당선인 등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룰 개정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룰 개정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현재 '당원 100%' 룰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당원 중 영남 지역 비율은 약 40%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윤(비윤석열)계 안철수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룰 개정과 관련해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어야 된다"며 "꼭 바꾸는 게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전부터 대통령실과 각을 세웠던 비윤계 윤상현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 직후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고 전당대회 룰, 집단 지도 체제나 단일 지도 체제, 패배 원인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룰 개정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재섭 당선인(서울 도봉갑) 역시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은 '당원 100%' 구조로 돼 있는 전당대회이기 때문에 영남의 힘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룰도 어느 정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민심 vs 당심 (비율이) 최소 '5 대 5'로 수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구에서 미미한 성과를 거둬 이른바 '영남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 지도부' 한계가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여당 험지인 수도권에서 살아 돌아온 나경원(서울 동작을)·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 등 중진급이나 30대 초선인 김재섭 당선인 등이 당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 3·8 전당대회부터 역선택 방지를 명분으로 '당원 100%' 표심만 반영되는 방식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룰을 유지했다. 역선택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권 초기 친윤(친윤석열)계 주류가 안철수·나경원·유승민 등 비윤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당시 '당심 100%'룰로 변경된 후 친윤계 김기현 후보가 여러 잡음 끝에 당 대표로 선출됐다.
윤재옥 대표 대행은 이날 상임고문단에 이어 오는 19일 총선 '낙선자 모임'을 열고, 총선 패인 분석 및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추가 수렴하기로 했다. 특히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기 위한 비대위에서 전당대회 룰 변경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새 비대위는 당 수습은 물론 전당대회 룰 변경이라는 과제도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