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계 열정 넘치는 대부…스타트업 투자도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영속기업을 향한 질주를 이어나가고 있는 HL그룹(구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의 행보에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더 높은 곳', '도약'을 강조하며 지속 가능한 그룹의 기반을 다지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2년 창립 60돌을 맞아 '더 높은 삶을 추구한다'는 뜻의 'HL(Higher Life·하이어 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55년생인 정 회장은 한라그룹을 창업한 고(故)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부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은 정 회장은 꾸준한 배움과 근성을 강조하는 한편 인재와 조직문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HR혁신실'은 그의 관심 분야를 잘 나타낸다. 정 회장은 민첩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조직을 꾸려 미래 성장동력을 단단히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HL그룹 지주사(HL홀딩스)의 지배력 강화, 전문경영인(CEO)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 구축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3월 지주사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HL디앤아이한라 주식 약 284만주(보통주 7.51%)를 HL홀딩스에 무상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HL디앤아이한라 지분율은 17.51%에서 10%로 감소했고, HL홀딩스가 보유한 HL디앤아이한라 지분은 16.27%에서 23.78%로 증가했다.
지속성장을 향한 그의 열망은 스타트업 투자로 이어졌다. 실제 HL홀딩스는 그룹 신성장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스타트업 발굴·투자, 창업 지원에 적극 행보를 보인다. CEO 직속 신기술 전담 조직 'WG캠퍼스'가 스타트업 발굴·투자를 이끌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는 주력 계열사 HL만도의 신사업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개발, 커넥티드카·자동화·차량공유·전기차(CASE) 부문 신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정 회장은 HL만도가 기술 혁신으로 완성차보다 앞선 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더불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만도의 고객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미래차 부품 생산 거점인 멕시코 공장을 찾아 직접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대중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조용한 경영자'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부문에선 정 회장만큼 뜨겁고 활발한 재계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에너지와 열정의 원천'으로 아이스하키를 꼽기도 했다.
1994년 국내 최초 남자 실업 아이스하키팀 '만도 위니아(현 HL안양)' 창단도 그의 작품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HL안양은 국내 유일의 실업팀이다. 또 정 회장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았다.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 선진화, 아시아리그 국제화 등 공로로 2020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의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헌액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역대 5번째 아시아 헌액 멤버이며, 대한민국 사상 처음이다.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와 인생'이란 주제의 헌액 수락 연설로 각국 아이스하키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1994년 젊은 사원들의 아이디어로 팀을 창단하며 아이스하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스하키를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었고, 그 열정은 외환위기 때 잃어버렸던 핵심 계열사 만도를 2008년 되찾아온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외교관계 발전에 대한 기여도 크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 여자 단일팀 결성 공로와 더불어 2019년 슬로베니아 한국 명예 영사 위촉, 2021년 이탈리아 국가친선훈장 수훈 등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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