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등 야권 인사 거론에 여야 모두 반발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공식 일정을 자제하며 국정 쇄신 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 인선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권 인사들이 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로 보도되고,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 회동에서 관련 조언을 구한 것을 계기로 '인사 임박론' vs '인사 신중론'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1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이후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위한 인적 쇄신을 고심 중이다. 지난 16일에는 당 대표와 대선 후보였던 홍 시장과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4시간 동안 이어진 만남에서 윤 대통령은 인적 개편을 포함한 내각 쇄신과 향후 해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홍 시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홍 시장은 총리직과 관련해서는 야욕이 없고 야당과 소통이 되는 인물,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정무 감각이 있고 충직한 인물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내각을 총괄할 총리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 역할인 비서실장에는 친윤계 핵심 중진인 장제원 의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특히 홍 시장은 비서실장에 장 의원을 강력하게 천거했다고 한다. 홍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낼 때 장 의원에게 당 수석대변인을 맡겼을 정도로 신뢰가 있다. 다만 장 의원은 비서실장직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이 야권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총리 기용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자 '나쁜 카드는 아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홍 시장과 박 전 장관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향우회 모임 등을 통해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윤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당초 총선 전 만남이 추진됐지만, 선거 관여 시비가 있을 수 있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통령실은 인사와 관련해 혼선이 난무하며 난항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박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야권 인사의 총리·비서실장 기용설이 불거지며 정치권이 들끓었다. 여당에서는 당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라며 반발했고, 야당에서도 '야당 파괴 공작'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부 갈등설'까지 제기됐다. 사실상 대통령실 내부에 공식 라인 외에 윤 대통령 의중을 전달하는 '비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 내부 관계자발로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 보도가 나온 뒤 대통령실이 곧바로 부인하면서 이른바 '여론 간보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갈등이 증폭되자 대통령실 인사와 관련해 '임박론'과 '신중론'이 양립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선 지연으로 인해 혼선이 커지는 만큼 조만간 총리·비서실장 인선부터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만찬 회동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총리·비서실장 인선이 국정 쇄신의 출발점인 만큼 윤 대통령이 신중을 기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