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준거금리 은행채 4%대 육박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한국과 미국 통화 당국이 긴축 완화로 돌아서는데 필요한 시장의 신호(물가 안정)가 불분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국 국채와 한국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끌어 올려 속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이자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21일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규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18일 기준 연 3.49~5.62%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초 고정금리 범위 연 3.24~5.25%과 비교하면 2달 새 0.25~0.3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6일에도 금리 하단이 연 3.14%였는데 이틀만에 0.35%포인트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쉽게 잡히지 않는 물가에 금리 인하 시기를 더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15일(현지시간) 4.61%로 4.6%대를 찍은 것은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 은행채 금리를 끌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채 금리의 급등은 우리나라 국고채‧은행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간다는 의미로 자연히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3.8%를 넘어서며 4%대를 넘보고 있다. 이달 1일 은행채 금리는 3.7%대였다.
고금리 기조가 오랜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영끌족’은 가혹한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통화 당국은 물가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고 내년에도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캐나다 경제 관계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물가 상승세가 계속 낮아지고는 있지만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최근 데이터를 보면 고용 시장의 탄탄한 성장과 지속적인 강세로 인해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에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사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통화위원회는 아직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둔화중이나,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경직적(Sticky)”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을 향해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