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인력 재배치 검토…LC타이탄 매각 등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일부 사업 매각 추진과 함께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며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적자가 나는 사업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으로 중국발 저가 공세와 중동 정세 불안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일부 사업 매각 및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납사분해설비(NCC)를 물적분할해 쿠웨이트석유공사(KPC)와 함께 JV를 설립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인력 조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LG화학은 이달 말까지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해 첨단소재본부 산하 IT소재사업부가 담당하던 IT 필름(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약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다만 IT소재사업부 외 양극재사업부,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RO멤브레인사업담당 등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첨단소재사업본부 전체적인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말레이시아 대규모 석유화학제품 생산기지인 LC타이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1조5051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차오그룹(지분율 70%)과 말레이시아 정부펀드인 PNB(30%)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호황기에는 연간 3000억~5000억원의 이익을 내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2022년부터는 적자를 내고 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원료인 페트(PET)를 제조하는 울산공장의 일부 직원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의 '증설 러시'에 PET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생산 효율을 강화하고 업황 둔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의 사업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계열사 사장단들과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직접 개편 방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SK그룹은 "특정 사안을 다뤘다기보다는 SK이노베이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작년 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중국 현지 기업과의 라텍스 합작공장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한계사업을 정리했다. 중국의 증설로 판가가 크게 하락한 데다 환경 규제 강화 탓에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탄소나노튜브(CNT)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석화업계들이 악화일로를 걷자 정부도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석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꾸렸으며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금호석유화학 등 기업,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해 업계 경쟁력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나프타 관세 면제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수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차질이 빚어져 원가 부담이 크게 올라간 상태다. 이에 지난해 7월부터 조정 관세율 0.5%를 적용하는 조치를 시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