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주운전 가해자에 관대한 한국… “신상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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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음주운전 가해자에 관대한 한국… “신상공개해야”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4.04.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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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도입에도 범죄율 그대로… "처벌 확실해야 억제 가능"
신상공개법‧양육비 지급법 등 국회 계류… 5월 폐기 임박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입구에서 수원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이 행락철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수원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이 최근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해마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200명을 웃도는 수준인 만큼 가해자 신상 공개 등 강력한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5059건으로 2만44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214명이 사망해 전년(206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사망자수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200명을 웃돌고 있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도입되기 전인 2018년엔 346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했고 △2019년 295명 △2020년 287명 △2021년 206건 △2022년 214명 등으로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사망자수가 반등했다.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카투사에서 복무 중이던 22세의 윤창호 씨가 휴가를 나와 부산 자택 인근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끝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같은 해 12월 두차례 이상 음주운전 또는 측정 거부를 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2019년 6월부터 시행됐으나 헌법재판소가 세차례 위헌결정을 내려 효력을 상실했다. 국회는 2023년 1월 헌재의 지적을 반영해 재범 가중처벌 규정을 보완했고, 같은해 7월부터 보완된 입법이 시행 중이다.

다만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음주운전 재범률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현준 변호사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학술지에 게제한 논문을 보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재범 가중처벌 규정의 형량 하한을 상당히 높였음에도 재범발생율은 감소하지 않았다.

전과횟수에 따른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가중처벌 대상인 전과 1회 재범 비율이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법 개정 도입 전인 2018년의 전과 1회 재범 비율은 3.8%에 불과했지만 △2019년 18.1% △2020년 47.8% △2021년 46.6%로 급격히 늘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일부 효력을 상실한 이후로는 △2022년 30.7% △2023년 30.2% 등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처벌 강화 입법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재범발생율 억제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지 않아 다른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벌금형을 강화하더라도 재범자의 법 준수 기간이 길어지는 억제효과가 없었다는 선행 연구결과가 있고 2019년 교통사고건수가 2018년 대비 4000건 낮아졌는데 전 국민적 분노여론 형성 등으로 단속 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범죄발생을 위축시켜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벌의 확실성이 재범 억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가 존재해 향후 재범억제 전략을 세울 때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음주운전과 관련된 각종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초등학생 사망사고 직후 음주 상태로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특정강력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해 5월 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 발생 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특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 중인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하는 한국판 벤틀리법인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잠들어 있어 5월 회기 종료를 앞두고 폐기가 임박했다. 두 차례 발의된 신상공개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이후로 논의된 적이 없다. 양육비이행법은 올해 2월이 돼서야 국회 임시회의에서 논의되는 데 그쳤다.

김면기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모든 법이 도입 당시엔 처벌을 우려해 범죄가 수그러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약해지는데 윤창호법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며 “올해 10월 도입되는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에 음주운전 감지 장치 설치 등의 제도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게 새로운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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