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계 넘는 콘텐츠…해외 진출 코앞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삼보일배가 아닌 삼보일팝업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리 곳곳에 펼쳐진 팝업스토어(이하 팝업) 열풍. 이 가운데 '성수동 팝업의 성지'라는 별칭을 얻은 프로젝트 렌트(이하 렌트)는 단순한 팝업 운영을 넘어 '오프라인 매거진'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원석 렌트 대표는 팝업은 렌트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팝업은 오프라인을 미디어로 만드는 과정에서 선택한 수단일 뿐이란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오프라인을 하나의 매스미디어로 만드는 실험 중이다. 그리고 공간이란 미디어로 작은 브랜드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 팝업,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
최 대표는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작은 기업에게도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렌트를 창업했다. 좋은 품질에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작은 브랜드들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생각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미스매칭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 몸담았던 최 대표는 누구보다 많은 브랜드를 지켜봤다. 그리고 작은 브랜드들은 상품이 좋아도 MD의 선택을 받아야만 시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는 “작은 브랜드들은 힘들게 시장에 나가선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춘 큰 기업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생존이 어렵다는 의미다”라며 “반면, 소비자는 좋은 품질에 건강한 가치까지 담긴 브랜드를 소비할 의향이 있다. 단지 좋은 브랜드를 알지 못할 뿐”이라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둘을 연결할 플랫폼을 고민하다 팝업을 생각했다. 마케팅 예산이 적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와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건 기존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스미디어는 제한적인 분량의 텍스트만 전달 가능하다.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팝업은 브래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오감을 자극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접촉이라도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 스타트업에 표현의 기회 제공
렌트는 자체적으로 소유한 공간에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팝업을 열어 왔다. 공간 대부분은 10평이 안 되며, 현재는 8개 정도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렌트의 공간에 브랜드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형식이다.
렌트가 이런 독특한 방식을 선택한 건 소규모 브랜드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렌트가 팝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2019년, 상가 건물주 대부분은 단기 임대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만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신생 브랜드들에겐 부담스러운 숫자였다.
그래서 최 대표는 렌트가 직접 공간을 소유하고 이 공간을 스타트업들이 단기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스타트업의 임대료 부담을 렌트가 지겠다는 뜻이었다.
렌트가 작은 공간을 선호하는 이유도 스타트업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팝업은 공간을 채운 콘텐츠의 밀도가 높을수록 완성도 역시 높아진다. 공간이 넓을 경우 밀도를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기 마련인데, 스타트업에겐 이 또한 걸림돌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해외로 이동하는 지속가능 콘텐츠
최 대표는 자신의 일을 풀필먼트에 비유한다.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팝업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여율과 구매전환율 등 마케팅 결과까지 수치화해 기업들에 전달한다.
특히, 렌트의 강점인 데이터 확보는 지금까지 팝업에서 흔하지 않았던 개념이다. 그간 팝업은 ‘브랜드 등을 홍보하기 위해 단기간 운영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 대표가 생각하는 팝업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됐는지 수치화해 팝업을 한 단계 진보한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최 대표는 팝업을 공간의 개념이 아닌 콘텐츠의 개념으로 전환하려 한다. 공간이 중심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중심에 둔다는 의미다.
그 일환으로 그는 하나의 팝업 콘텐츠를 여러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콘텐츠가 살아 움직이면서 공간의 제약을 넘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난다는 뜻이다. 그 범위는 국내를 넘어 국외로도 확장된다.
최 대표는 “일본 법인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한국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할 때 팝업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프라인 마케팅을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