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총선서 '국회법 개정' 공약 이후 선 긋기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진보 진영 군소정당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교섭단체 구성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일부 군소정당 당선인들이 합류를 보류하거나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다. 여기에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마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 중인 조국혁신당이 난관에 봉착했다. 현행 국회법상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석 이상이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비례정당 득표율 24.25%를 기록하면서 12석을 확보한 상태다. 교섭단체 기준을 충족하려면 8석을 더 모아야 한다.
당초 조국혁신당은 범진보 진영의 군소정당들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범진보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들 가운데 정혜경·전종덕(진보당) 당선인과 용혜인(기본소득당) 당선인, 한창민 당선인(사회민주당)이 소속 정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다. 아울러 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추천으로 당선된 서미화·김윤 당선인과 윤종오 당선인(진보당·울산북구), 김종민 새로운미래 당선인(세종갑)까지 끌어모으면 나머지 의석 8석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들 세력 간 연합 가능성은 클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실제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등도 입법 등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교섭단체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군소정당 당선인들이 조국혁신당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다. 서미화 당선인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논의한 바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윤 당선인은 시민사회와 상의해 판단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당선인 역시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조국혁신당 입당, 원내 교섭단체 구성, 민주당 입당 혹은 합당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교섭단체 구성의 또 다른 방안이었던 '국회법 개정'도 녹록지 않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당시 정치개혁 공약 중 하나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내걸었지만, 내부 의견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관련 국회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구성 요건 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지도부 일부에선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원내 교섭단체에 대한 어떤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든가 또는 권한과 역할을 좀 조정한다든가 이런 것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17일 "22대 국회에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도 개선안이지 않나.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최종 입장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간을 두고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국 대표는 전날 오후 전북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원래 김민석 의원이 말했던 것(국회법 개정)을 되돌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안 된다고 하면 저희는 저희 방식대로 원내 교섭단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급하게 서두를 생각은 없고 특정 당 사람을 빼올 생각도 없다. 정공법에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