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당이 하는 것과 정반대로 했다"
김종혁 "누구도 물가에 죄송하다고 안 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25일 총선 참패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와 당·낙선인들은 총선 전략 부재는 물론, 당의 지지세가 영남권에 고립된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여의도연구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총선 참패 원인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했다. 토론회 좌장은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맡았고,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자,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초장부터 작심 발언이 터져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고양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종혁 부총장은 유세 현장에서 체감한 민심을 가감 없이 전했다. 김 부총장은 "중도든 보수든,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재명·조국 대표가 좋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보다 당신들이 더 싫다'고 그러더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선거에서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이든 관료든 국민들께 사과, 대파, 양팟값이 올라서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며 "추락하는 경제를 나 몰라라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와 여당에 국민들이 절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 최고경영자 이미지)가 완전히 망했다.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도 힘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격노한다'고 언론에 나가면 그걸 보는 국민들이 행복하겠나. 격노해야 하는 사람이 대통령인가,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이 영남 자민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 같다"며 "영남 당선자들께서 일부러라도 자기희생을 좀 해주시고, 당의 얼굴 등 모든 것에서 달라진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저희는 아마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섭 당선인은 당의 전략 부재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강북에서 어떻게 당선됐냐고 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우리 당이 하는 것과 반대로 했다"며 "수도권 민심과는 전혀 다른 얘기들이 중앙당으로부터 계속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선거 중에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자체 여론조사 등) 내용을 단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언론의 여론조사나 '분위기가 좋다 안 좋다'는 평가만 가지고 어떻게 미시적인 선거 전략을 짜겠느냐"고 토로했다.
총선 패배에 따른 위기감 부족도 꼬집었다. 김 당선인은 "21대 총선에서 100석 남짓 표를 받았을 때 당이 무너지는 것처럼 대성통곡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거의 다르지 않은 결과를 받았음에도 안일하다는 느낌"이라며 "뭔가 잘될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서지영 당선자는 현역 의원 평가 도입이나 공천 채점지 공개 등 당 시스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감점을 받았던 현역 의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이렇게 경쟁의 룰이 모호한 정치 세력에게 과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20~40대들이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우리가 경쟁의 룰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역 의원 평가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우리 당은 지난 20여 년간 가장 취약한 세대였던 40대에 대한 정밀한 전략을 제대로 세워본 적 없다"며 "지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7번의 총선 가운데 수도권에서 6번이나 패했지만 수도권 전략은 선거 때마다 임기응변에 그쳤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