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교섭단체' 요건 완화도 입장 돌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전 공약인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관련 '국회법 개정'에 대해 입장 변화를 보인 데 이어, 조국 대표가 제안한 범야권 연석회의마저 거절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협력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로 인식하면서 견제구를 날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을 앞두고 제안한 범야권 연석회의를 사실상 거절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조 대표의 연석회의 제안에 대한 공식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번 여야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과) 민주당과의 회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야당의 목소리 듣는다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등 야당 대표와 시간을 가지면 되지 않나 싶다"며 "대통령이 여러 창구를 통해 야당의 목소리를 듣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대표는 지난 22일 전북 전주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린 '전북총선승리보고대회'에 참석해 "이 대표께 정중히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범야권 대표 연석회의를 만들어 주도해달라"며 "이 대표가 범야권 대표로 윤 대통령을 만난다면 민주당이 얻은 175석이 아닌 범야권 192석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거절 의사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보협 대변인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대표의 진지한 제안을 깊이 고민해 주고 이 대표께서 답을 주시면 고맙겠다"면서도 "몇몇 의원과 대변인께서 부정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안타깝고 섭섭하다"고 전했다.
앞서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아직 조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지 않나.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22대 국회가 개원 전이기 때문에 영수회담 전에 보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라고 언급하며 거리를 뒀다.
양당 간 균열 조짐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법상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석 이상이지만, 일부 군소정당 당선인들이 조국혁신당과 연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총선 당시 정치개혁 차원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공약을 내걸었던 민주당도 미온적이다.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관련 국회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구성 요건 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협력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로 인식하면서 견제구를 날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 결과 호남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때문에 양당이 '김건희 특별검사(특검)법' 등 정부·여당 공세를 위한 협력에 나서면서도 긴장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조국혁신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황운하 의원은 민주당과 정치적 연대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황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민의를 원내에서 충실히 대변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협력적 또는 연대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내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선 "시급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강소 정당을 지향해 12명의 의원이지만 일당백의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