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홀대·차별로 눈물 젖는 ‘노동법 밖 노동자’ 구제는 요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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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홀대·차별로 눈물 젖는 ‘노동법 밖 노동자’ 구제는 요원한가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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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살갗을 스치는 감미로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 푸르른 하늘을 보면 가히 여왕의 품격에 걸맞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영어로 5월인 ‘May’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봄의 여신 ‘마이아(Maia)’에서 유래했다.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행복과 행운을 부르는 5월의 탄생석인 ‘에메랄드(Emerald)’는 풍부한 녹색을 자랑하는 ‘즈마라드(Smaragdos)’에서 유래한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생명들이 화려한 꽃으로 만개하는데 ‘5월의 장미’는 여왕의 품격을 상징한다. 여기 피우고 저기 웃다가 5월은 꽃의 여왕이 되었다. 바야흐로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의 첫날이다.

5월 1일은 제134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의 이전 이름으로 ‘메이데이(May Day)’ 혹은 ‘워커스데이(Workers’ Day)’때론 ‘레이버 데이(Labor Day)’ 등으로 불리 운다.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 향상과 인간다운 삶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 휴일로 인정하고 있다. 

노동절의 기원은 자본주의가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던 18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기업은 국가권력과 결탁해 노동자들을 착취했고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적은 보수로부터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역량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1866년 제1차 인터내셔널 강령에서 8시간 노동제의 법제화를 요구한 이래 8시간 노동제의 문제는 자본주의가 제국주의 단계로 이행하던 19세기 후반 세계 노동운동의 중심적 문제로 급부상하였다. 

186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서 전국노동조합연합단체인 ‘노동기사단’을 결성하였고, 1884년 5월 1일 미국의 방직 노동자가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쟁의를 시작하고 각 노동단체는 이에 호응하여 총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1886년 미국노동조합총연맹이 설립되어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하루 8시간 노동제의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단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고 체포되었다. 

이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1889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차 인터네셔널 창립대회에서 8시간 노동제의 쟁취와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해 투쟁한 미국노동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에 의해 노동절이 결정되었다. 

바로 이 대회에서는 5월 1일을 ▷기계를 멈추자 !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하자 ! 는 3가지 결의를 실천하는 날로 선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 1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치며 각국의 사정에 맞게 첫 ‘메이데이(May Day)’ 대회가 개최되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하는 날로 올해로 제134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23년 5월 1일에 ‘조선노동연맹회’에 의해 2,000여 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 등을 주장하며 최초의 노동절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945년 ‘8·15 광복’ 이후 세계 각국의 관례에 따라 5월 1일 ‘메이데이(May Day)’ 혹은 ‘워커스 데이(Workers’ Day)’를 ‘노동절’이라는 명칭으로 각기 단체별로 기념행사를 개최해 오다가 1958년 이래 현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행사를 개최하였고, 1963년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노동위원회법」 등의 개정 과정에서 1963년 4월 17일 공포한 법률 제1326호인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고 유급휴일로 정하여 기념해왔다. 

이후 ‘노동절’의 의미가 왜곡되고 이름마저 바뀐 것에 대해 각기 노동단체들이 5월 1일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고 1980년대 이후 노동운동이 급속히 활성화되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주도하는 3월 10일에 개최하는 근로자의 날 행사와 의미는 형식화되고 5월 1일 메이데이가 실질적으로 복원되어 행사가 이루어지는 이원화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노동계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여 1994년부터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은 유지하면서 행사 날짜는 5월 1일로 옮겨 근로자를 위로하는 각종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노동권은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로 구현된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에서의 노동 현실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목도된다. 「노동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 플랫폼노동 같은 새로운 노동의 확산으로 ‘노동법 밖 노동자’가 양산된 탓이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태웠다지만, 오늘의 노동자들은 태워버릴 노동법조차도 없다”라는 말이 지나친 과장이 아닐 듯이 하다. 
당장 올해 ‘근로자의 날’ 당일 직장인 4명 중 1명가량이 출근하지만, 이들 중 37%는 휴일 근로수당 또는 보상 휴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는 지난 4월 30일 ‘근로자의 날’을 앞둔 지난 4월 23∼24일 이틀간 직장인 1,0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날 당일 근무한다는 답변은 24.3%로 나타났다. 작년 동일 조사(30.4%)와 비교했을 때 출근하는 직장인은 6.1%포인트 줄었다. 규모별로 보면 근로자 수 5인 미만 기업의 근로자 가운데 41.3%가 출근한다고 답했고, 이어 공기업·공공기관(29.5%), 중소기업(22.2%), 중견기업(22.2%), 대기업(14.9%) 순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근로자의 날은 관련 법률 등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사업장 규모와 업종 등에 관계없이 모두 적용받는 유급 휴일이다. 그런데 근로자의 날 당일 근무자들에게 회사가 휴일근로수당 또는 보상휴가를 주는지 묻자 37.2%가 “주지 않는다”하고 응답했다. “준다”라는 답변은 37.5%, “모르겠다”라는 답변은 25.3%였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제1항 제1호에서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현실은 이렇다.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10점 만점에 6.1점을 기록했을 뿐이다. 규모별로 공공기관 직장인이 가장 높은 점수(6.7점)를, 중소기업 직장인이 가장 낮은 점수(5.9점)를 줬다.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직장인이 회사에 가장 바라는 점은 상여금 지급 또는 확대(33.2%)였다. 사내 복지 증대(19%), 합리적인 인사평가 시스템 구축(10.3%) 등이 뒤를 이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강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비롯해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온전한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시 가산수당지급의무, 연차유급휴가, 공휴일유급휴가,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제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에서 적용 예외를 받고 있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를 받고 있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비임금 노동자는 비임금 노동자(병의원 업종 제외)가 2017년 554만 명에서 2021년 778만 명으로 5년 새 무려 223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12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비임금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여성의 경우 40대(2021년 기준 약 95만 명), 남성의 경우 30세 미만(2021년 기준 약 93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1인당 평균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은 30세 미만 여성(2021년 기준 연평균 6,490천 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30일 경향신문(조해람·김지환·박채연 기자)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노동자는 2021년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252만 7,846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3.4% 수준에 달한다.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非)임금노동자 규모는 850만 명에 달하고, 이들의 40%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으로 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노동법」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수 노동자가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4대 보험에 가입하고, 갑질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육아휴직과 배우자 출산 휴직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감히 바랄 수조차 없다. 

이들에게 작금의 노동 현실은 산업사회 초창기의 ‘야만(野蠻)의 시대’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전혀 없어 보인다. 이들은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딱지 때문에 노동관계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다. 모두 입을 모아 저출생이 문제라고 하지만 학습지교사, 방문점검원, 배달라이더 등은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실태가 이렇다 보니 보완 입법을 통해 뻥 뚫린 구멍을 서둘러 메워야 할 필요가 당연히 화급하다. 그러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고령층·외국인 가사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배제 주장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화물기사의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운임제는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가 2022년 12월 31일 아예 폐지했다. 「노동법」의 구멍이 메워지긴커녕 외려 구멍이 커져만 가는 뒷걸음질 치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시야를 외국으로 돌려보면 호주 의회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운송·플랫폼 노동자의 최저보수 보장 등 ‘노동법 밖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는 지난 2월 12일(현지 시각) 엑스(X │ 구 트위터)를 통해 “구멍 막기 법안(Closing the Loopholes bill)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은 2016년 보수당 정부가 폐지한 연방 차원의 안전운임제를 되살리는 것으로 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호주 정부는 “이 개정안은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도로운송산업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려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지난 4월 24일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 지침’을 가결했다. 2021년 12월 EU집행위원회가 플랫폼노동 지침(안)을 발안한 후 3년 논의 끝에 지난 3월 11일 유럽연합(EU) 이사회가 EU이사회 의장국과 EU의회가 잠정 합의한 플랫폼노동 지침을 이날 전격 가결해 EU회원국들은 2년 이내 지침 내용을 입법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이 지침은 플랫폼노동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추정하고, 이들에게 유급휴가·실업수당·최저임금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대 국가들이 노동자 보호를 법제화하는 것은 공동체의 통합과 건강한 유지·발전을 위해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처럼 노동자 절반 이상이 상시 해고와 산재 위험에 떨고 육아휴직을 꿈도 못 꾸는 사회에서 인구소멸 문제 해결은 당연히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때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전면 시행하되, 형사처벌 규정의 적용은 일정 기간 유예 조치하자”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 결과를 통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라고 했다. 여야가 「근로기준법」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기본 인식과 「근로기준법」 사각(死角)을 없애야 한다는 근본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제22대 국회는 홀대와 차별로 눈물 젖는 ‘노동법 밖 노동자’ 구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논의에 지체하지 말고 서둘러 착수해야만 한다. 왜냐면 “노동에 쏟은 정성이 경영의 가치가 되기 때문”이자 “노동을 존중하는 경영! 경영을 이해하는 노동!”의 실천으로 건강한 노사문화의 정립은 물론 소외되고 배제된 산업현장의 외톨이들도 분명한 근로자이기 때문이며, 단지 ‘틀’밖에 있다고 ‘틀’안의 보호를 외면하고 배제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 모든 땀과 눈물은 똑같이 값지고 똑같이 존귀하고 똑같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5월 1일 제134회 ‘세계노동절’이자 2024년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이 세상 모든 노동자와 근로자들을 위로하고 존경하고 축복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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