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방중 예정…'신냉전' 구도 강화 전망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정오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집권 5기' 취임식을 가진다. 임기 6년의 이번 집권 5기를 마치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최장기 대통령으로 등극한다.
6일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익일 취임식에서 차이콥스키 행진곡과 정오를 알리는 크렘린궁 종소리를 배경으로 입장한 뒤 헌법에 오른손을 올려 취임을 선서하고, 간단한 연설을 통해 새 임기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87.28%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2000·2004·2012·2018년 대선을 이어 5선에 성공해 임기를 2030년까지 늘렸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의 집권기간은 30년으로 연장돼, 29년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기록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취임식을 '현대판 차르(황제) 대관식'으로 부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개헌해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현재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해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임기 시작 이후 유럽 및 '한미일' 공조를 견제하고 '북중러' 밀착을 강화해 정권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서구의 견제를 강하게 받는 상황에서 정권 기반 확립을 위해 다른 국가들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과 중동·아프리카와의 외교를 강화하며 '신냉전' 체제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러시아와 유럽은 예전과 같은 관계를 구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오는 15~16일 중국을 방문하며 취임식 후 첫 해외 방문 일정을 수행할 계획이다.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러 관계 심화 등 의제를 둘러싼 대화를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북중러 연대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 방북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이후 방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르면 오는 7월 북한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위해 평양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국면 속에 향후 한러 관계가 순탄치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러시아는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을 취소하면서 한국과의 불화를 표출한 바 있다.
다만 관계 회복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국을 "비우호국 중 가장 우호적인 나라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이도훈 주러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 "양국 협력이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렸으며 러시아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