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美 노후전력망 교체수요 증가 등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전력 인프라 확충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력기기 업체들의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센터 설치가 급증하고 AI 반도체 공장 확대, 전기차 보급, 북미를 중심으로 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업계의 슈퍼 사이클(초호황기)가 예상되면서 전력기기 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6% 증가한 937억원으로 잠정집계 됐다고 공시했다. 시장 컨센서스인 740억원을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62억원, 1288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98.2%, 178.2%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의 수주잔고도 총 11조422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5조3775억원, 3조7184억원, 2조3261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AI 수요 증가로 전력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10년 이상 정체했던 선진국의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 3년 간 전 세계 전력수요는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사용 전력이 2022년 460TWh였지만 2026년에는 620~1050TWh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1000억 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타를 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로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에 활용할 슈퍼컴퓨터 설치 등 안정적인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될 예정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과거에는 배전 전력기기에서 수요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고압 전력기기까지 확산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등은 고전압 전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변압기 용량이 증가해야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의 경우 약 30년 주기로 돌아오는 전력기기 교체 시기가 도래하며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수주가 급증한 것도 호재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이 발효된 이후 미국 내 전력망 노후 교체와 전력 소비량이 높은 반도체, 전기차 분야 등의 주요 제조시설 유치로 송배전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높아져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분쟁의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지리적 생산 이점을 확보한데다, 2020년 5월 중국산 전력장비 조달 금지 이후 미국 내 중국산 전력기기 수요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수요 증가에 공장 증설로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 공장 증설에 각각 180억원, 272억원을 투자해 생산량 20%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청주에는 1173억울 투입해 2030년 기준 13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중저압차단기 공장을 지어 생산량을 현재의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2019년 4650만달러(62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일본 미쓰비시 변압기 공장을 인수한 바 있다. 미국에 변압기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LS일렉트릭은 현지 판매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해외 법인 영업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이나 효성중공업 등은 현재 2028년 납기 목표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받고 있으며 공장 대부분은 역대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미국 주요 유틸리티 회사는 2020년부터 전력설비 투자를 늘려왔고 대부분 중장기 설비투자비용(CAPEX)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