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102명 중 70표···68.63% 득표율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이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추 의원은 거대 야당의 정치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당장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특검법 등 여야 간 협상은 물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전당대회 규칙 개정 등 당 쇄신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맡게 됐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투표 결과 추 의원이 총 102표 중 70표를 얻으면서 차기 원내대표를 확정지었다. 이종배 의원(4선·충북 충주)은 21표, 송석준 의원(3선·경기 이천)은 1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추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현재 당이 직면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192석의 거대 야당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독선적 국회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주저 없이 독배의 잔을 들어야 하기에 사즉생의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원내 전략 최우선 목표를 국민을 향한 민생·정책대결의 승리로 삼겠다"며 "여야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협치하는 게 의회정치의 본연이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당리당략에 치우친 부당한 정치 공세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추 의원은 4·10 총선 참패에 따른 당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은 룰 개정과 관련해 계파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영남권·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현행 '당원 투표 100%'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은 반면, 수도권·비윤(비윤석열)계와 초선 당선인 등은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내부 의견이 갈리는 만큼 쇄신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며 계파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추 의원은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함께 당내 의견 수렴 후 전당대회 규칙 개정 작업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패배로 '정권 심판' 민심을 확인한 만큼 대통령실과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당내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직적 당정 관계' 재설정도 차기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총선 참패 이후 수도권 및 비윤(비윤석열)계 당선인을 중심으로 수직적 당정 관계 해소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집권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미미한 점도 수직적 당정 관계를 해소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대통령실에 종속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여당이 4·10 총선에서 108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 만큼 22대 국회에서도 원내 1당인 민주당에 비해 역할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175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대통령과 영수회담에 이어 이른바 '핫라인'을 연결한 만큼 여당 존재감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추 의원은 수직적 당정 관계 지적에 재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당정 체계를 구축하겠다. 현장 민심과 의원 총의를 가감 없이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추 의원이 찐윤(진짜 윤석열)계보다 상대적으로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옅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범친윤계이자 현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인 만큼 대통령실과 확실히 거리를 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에 맞설 '원내 리더십'도 숙제다. 야당은 총선 압승 이후 특검법 등 입법 독주를 예고한 상태다. 이미 민주당은 강성 친명(친이재명)으로 구분되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필두로 대정부 공세에 돌입했다. 거대 야당에 대적하면서도 각종 쟁점 사안에 대한 유연한 협상 능력이 요구된다.
이날 추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주호영 의원과 윤재옥 의원에 이어 대구 지역 의원이 3번 연속 원내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인 90명 중 영남권 당선자는 59명으로 65.6%에 달한다. '보수 텃밭' 대구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추 의원에게 표심이 몰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