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여부는 불투명···"할 수 있는 것 많지 않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혁신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당내 소장파들은 '당원 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 개정 및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주장하며 쇄신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속되는 당내 변화 요구에 지도부가 응답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는 지난 14일 저녁부터 15일 오전까지 '보수 재건과 당 혁신'을 주제로 밤샘 토론을 가졌다. 첫목회는 4·10 총선 당시 험지에 출마했던 30·40대 인사들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여당 내부에서 분출되는 쇄신 목소리를 주도하는 집단이다. 첫목회는 첫 모임부터 당원투표 100%인 현행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첫목회는 이날도 당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10여 년간 치열한 노선 투쟁을 외면했고, 새로운 인재 양성에도 실패했다"며 "국민과 동떨어진 낡은 집단으로 쪼그라들며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대승한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재집권 전략 세미나를 6회에 걸쳐 진행한다고 하는데, 참패한 우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며 "지금 한가하게 계파 싸움을 할 때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부로 체감할 구체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파격적으로 제시해야 청년 세대와 서민 계층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마친 첫목회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 우리는 침묵했다"며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50%·일반 국민여론조사 50%'로 바꿀 것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며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총선 참패 원인으로 △이태원 참사에서 비친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 분열의 정치 △'강서 보궐선거' 아집의 정치 △'입틀막' 불통의 정치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회피의 정치 등을 꼽기도 했다.
당을 향한 혁신 요구가 계속되면서 신임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를 반영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룰 변경 여부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으면서도 "당헌·당규 개정의 문제다. 당의 헌법을 고치려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그 절차를 잘 밟아 나가겠다"고 논의에 부칠 뜻은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 일원들의 찬반 여론은 비등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비대위 내에서 공개적으로 룰 개정을 지지한 인사로는 김용태·전주혜 비대위원이 있다. 김 당선인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친윤계로 분류되는 비대위원 중에는 생각이 바뀐 분도 있고, 당원 100% 룰을 찬성했던 때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신 분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당대회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관리형' 성격이 강한 황우여 비대위 특성상, 전당대회 룰 개정이나 당정 관계 재정립 등 소장파가 요구하는 급격한 혁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황 위원장이 누구 말에 휘둘릴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시점과 시기상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용산의 의중을 크게 거스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첫목회의 당 혁신 요구에 대해 "비대위에서 추후 논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