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에는 '수도권론'…비윤계 인사들 부상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이 영남권에 기반을 둔 친윤(친윤석열) 추경호(3선·대구 달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수도권·비윤(비윤석열) 당 대표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 등 수도권·비윤 인사들은 당권 도전을 고심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이 당권을 잡기 위해선 친윤계에 유리한 현 '당원 투표 100%'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에서 추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추 의원은 투표에 참여한 당선인 102명 중 70표를 얻었다. 반면 후보로 나온 이종배 의원(4선·충북 충주)은 21표, 송석준 의원(3선·경기 이천)은 1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날 추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주호영 의원과 윤재옥 의원에 이어 대구 지역 의원이 3번 연속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대표를 역임한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까지 포함하면 특정 지역 편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도로 영남당'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인 90명 중 과반이 넘는 59명(65%)이 영남권 당선자인 만큼 추 원내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체 지역구 254곳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48%)이 몰린 수도권에서 서울(11석), 인천(2석), 경기(6석)에 그쳤고, 충청과 강원에서도 총 37석 중 12석에 그쳤다. 특히 대전과 세종, 제주 등 3곳에서는 단 1명의 당선인도 배출하지 못했다.
총선 참패에서 자유롭지 않은 친윤 인사가 원내대표에 선출된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총선 패배로 '정권 심판' 민심을 확인한 만큼 대통령실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지만, 친윤계 원내대표가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당대표에는 '수도권·비윤계'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유력한 당권주자로는 비윤계이자 수도권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서울 동작을),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당권 도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우선 지난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비윤계 유 전 의원은 이미 몸풀기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팬카페 '유심초' 회원들과 5년 만에 팬미팅을 열었다. 나 당선인도 지난 1일 4.10 총선 국민의힘 여성 당선인 모임 만찬을 주재했다. 참석자들은 통상적 모임이라고 설명했지만 세 결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과 윤 의원 역시 '황우여 비대위' 체제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며 당내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비윤계이자 수도권 인사들이 당권에 다가가기 위해선 전당대회 룰 개정이 필수적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당대표 선출 시 '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룰을 유지했으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친윤계 주도로 당원 투표 100%로 룰을 변경했다. 현재 수도권·비윤 인사들이 4·10 총선 참패를 들어 당대표 선출 규정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인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견이 나오는 만큼 룰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