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제322회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미혼남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은 대구시의 우수사례를 전하며, 서울시도 대한민국의 결혼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미혼남녀 만남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공공예식장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시대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만큼 저출산과 그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대한민국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태어난 신생아 수가 23만 명 밖에 되지 않았다.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떨어졌다. OECD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우리나라 인구가 50년 뒤에는 현재의 3분의 2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총인구의 절반이 63세 이상이 된다. 출산율 감소는 노동력 부족부터 사회보장 체계의 부담 증가, 소비시장 침체까지 대한민국의 경제, 복지, 노동 등 다방면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시 정책은 본받을 사례다. 대구 달서구는 결혼 친화도시를 내세우며, 지난 2016년부터 결혼 장려책을 실천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혼장려팀을 꾸렸고 지금까지 156커플을 결혼에 성공시켰다. 미혼남녀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사랑은 롤러코스트를 타고 △두근두근 하늘열차 데이트 △모여라 3삼5오를 비롯한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결혼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미혼남녀 300명 가량을 등록하고 관리하며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을 장려하는 기초자치단체는 비단 대구시 달서구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방정부가 직접 미혼남녀 소개팅을 주선했다. 인공지능(AI) 매칭 프로그램에 따라 참가자들의 성격 유형지표(MBTI)를 분석해 서로에게 어울리는 상대방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100쌍 가까운 커플이 탄생했다. 참가자들의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외신도 주목했다. 세계적인 일간지인 미국 뉴욕타임스는 관련 사례를 집중조명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이 밖에도 경남 김해시의 '나는 김해솔로 in 캠핑'부터 거창군의 '오늘은 썸데이'까지 저출산 시대에 지방정부가 연애와 결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저출산 관련 예산은 지금까지 300조 원 넘게 투입됐지만,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인구감소지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해 인구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인구감소지역의 발전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인구감소지역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늘리는 등 협의회는 저출산 시대에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