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효율성 강조, 건전 재정 기조 재확인
"국가적 비상 사태인 저출생 극복에 전력"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전면 폐지를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이와 함께 국가적 비상 사태인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출산율 제고 관련 재정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알뜰한 나라 살림, 민생을 따뜻하게' 주제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앞으로 재정 운용은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저출생 극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민생 살리기와 지속 가능한 미래 대비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예산 편성을 앞두고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당 인사 등이 참석해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R&D 예타 완화나 선별적 면제는 정부 차원에서 거론된 바 있지만, R&D 분야에 한해 예타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삭감됐던 R&D 예산을 내년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야만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늘어나고 국민이 체감하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규제 혁파에 힘을 쏟고, 공정한 노동 시장을 만드는 것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지금의 자유와 풍요가 미래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첫 번째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 재정 지출에 효율성을 높이자고 강조했다.
또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재정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 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2006년 이후 총 370조원에 달하는 저출생 대응 예산이 투입됐지만, 구조적 비효율 탓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부처 간 칸막이로 중복·낭비되는 예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아울러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충하고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 계층에는 기초연금, 생계 급여를 계속 늘려서 생활의 짐을 덜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력 단절 여성, 노동 약자 청년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며 "현재 일자리와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고용복지 플러스센터 프로그램을 수요자 맞춤형 고용복지 금융서비스통합형으로 내실화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해 주기 바란다"며 각 부처 장관에게는 책상에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이를 정책과 예산에 반영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