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나라빚…부채 증가폭 비기축통화국 중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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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나라빚…부채 증가폭 비기축통화국 중 2위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4.05.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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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정부 부채 10년간 37.7→55.2%
허리띠 졸라매 저출생 대응·R&D 투자 확대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며 재량지출 증가를 억제하기로 한 데에는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정부가 내년 예상 편성에 재량 지출을 줄여 국가 채무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동반해 절감한 예산은 저출생, 사회적 약자 등 복지에 대한 투자로 할당될 전망이다.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와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55.2%였다. 일반정부 부채는 국내에서 주로 쓰는 국가채무(D1: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의 부채)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한 광의의 정부 채무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각 나라의 부채를 비교할 때 주로 활용한다.

GDP 대비 D2 비율은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싱가포르(63.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비기축통화국은 IMF가 재정점검보고서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개국 가운데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8대 준비 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를 의미한다. 이들 국가는 통상 기축통화국에 비해 채권 수요가 크지 않아 재정 건전성 관리에 더 유의해야 한다.

한국은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도 빠른 부채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8.7%로 전년보다 6.6%포인트 뛰었다. 향후에도 한국의 정부부채는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이 2029년 59.4%로 싱가포르(165.6%), 이스라엘(68.5%)에 이어 비기축통화국 중 세 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도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국세 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2000억원(2.5%) 적었다. 작년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주된 영향을 줬다. 올해 기업 실적은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빚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세수가 예상보다 감소할 가능성도 고려하면서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필요한 분야에는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저출생 대응, 연구개발(R&D), 청년 등의 분야가 해당한다. 필요한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에 늘어나는 예산은 대부분 의무지출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채무를 억제하며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재량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에 각 부처가 새로운 중점 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기 전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체적 재원 충당 노력이 선행될 예정이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를 독려하기 위해 부처 단위 사업 구조조정에 예산상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협업 예산도 적극 활용한다. 저출생 등 주요 분야에서는 부처가 같이 마련하는 예산을 통해 중복되는 지출을 줄이는 한편 사업간 연계를 강화해 효율성을 높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어려운 재정 여건을 언급하며 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을 50%대 초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민생과제 등에 투자하기 위해 성과를 기준으로 한 기존 사업 구조조정, 협업예산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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